[스포츠 칼럼]세계제패, 종목의 한계는 없다
[스포츠 칼럼]세계제패, 종목의 한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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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국체육대학 초빙교수
필자가 어렸을 적 북한산은 산의 모든 것이었다.

북한산 자락의 서울 불광동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내면서 모든 산은 북한산처럼 ‘바위산’인 줄 알았다. 그 당시 형편이 어려운 관계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밖으로 여행하기가 힘들어 세상을 보이는 만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을 거쳐 군대를 다녀오면서 ‘흙산’ ‘나무산’ 등 다양한 산을 보게 되면서 산은 ‘바위산’만이 아니라는 것을 터득했다. 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60~70년대 축구, 농구 등 대부분의 국내 스포츠 종목들이 아시아에서 정상의 자리를 다투고 있을 때 스포츠에 대한 지식도 그 정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축구는 ‘박스컵’ ‘메르데카컵’ ‘킹스컵’ 등에서 한국팀이 이기면 그것을 최고로 알았고 농구도 ‘슛쟁이’ 신동파의 신들린 슛으로 아시아 정상을 차지하는 것에 만족했다. 이러한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아마 한국팀 위주의 경기소식을 전해주던 당시 매스컴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스포츠에 대한 시각은 아시아 수준에 머물고 세계수준을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은 80년대 들어 각 종목의 세계제패와 함께 한층 넓어지게 됐다.

1982년 김재박의 천금 같은 번트로 서울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물리치고 첫 정상을 차지했을 때는 “이제 한국야구도 세계를 제패, 일등 국가가 됐다”고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한 차례의 우승으로 진정한 세계 정상까지는 한참 멀었음에도 이런 착각과 상상을 했다.

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 양궁, 레슬링, 복싱, 유도 등에서 금 12개를 획득하며, 세계 종합 4위를 차지했을 때 어느덧 우뚝 자라난 스포츠 국력에 뿌뜻함을 느꼈다.

90년대 후반 박세리가 여자골프의 ‘신데렐라’로 등장, 미 LPGA를 호령하면서 세계를 제패하며 IMF 체제로 혹독한 경제난을 겪고 있던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을 때 서양인들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골프의 세계 정상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붉은 전사들이 사상 초유의 세계 4강에 올랐을 땐 세계 축구 강대국이 됐다는 사실로 가슴 한켠에는 뜨거운 감동이 출렁였다. 축구에 이어 야구에서 미국과 일본, 쿠바 등을 연파하고 WBC 준우승과 베이징올림픽 우승을 차지한 것은 세계 챔피언국의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수영 자유형 400m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인에게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수영 세계챔피언으로 등극하고 ‘은반의 요정’ 김연아가 2009년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세계신기록으로 정상에 오르며 낙후 종목인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경이로운 순간을 지켜보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양용은이 미 PGA 선수권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한국선수로는 첫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고 ‘한·중 핑퐁커플’ 안재형-자오즈민의 외아들 안병훈이 아마골프 최고 권위의 US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18세의 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챔피언에 올랐을 때 여자골프에 이어 남자골프가 세계 정상의 기틀을 어느덧 만들었음을 확인했다.

지난주 농구인들과의 한 모임에서 “지난 50여년간 한국체육은 손이나 발로 하는 종목들에서는 세계 정상을 차지했거나 세계 정상의 수준을 확인했다. 축구, 야구가 그랬고, 양궁, 레슬링, 복싱, 유도는 물론 골프,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서도 세계 정상에 올랐다” 며 “그러나 신장을 앞세워 높이가 중요시되는 농구, 배구와 함께 기초체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육상(마라톤 제외) 등에서 세계수준에 오르는 것은 아직 요원하다”라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을 보았다.

이러한 농구인들의 푸념은 자신감이 없는 생각이요, 태도이다. 축구, 야구, 골프, 빙상 등이 예전에는 모두 아시아에서도 2류 신세를 면치 못했던 종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농구, 배구, 육상도 결코 세계적인 수준으로 오르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종목의 한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시야를 넓게 갖고 이들 취약 종목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관심, 노력 등이 모아진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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