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세상보기]인터넷으로 보는 세상과 인성(人性)
[최상현의 세상보기]인터넷으로 보는 세상과 인성(人性)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상현 주필
 

요술 상자 컴퓨터의 스크린에 펼쳐지는 인터넷은 여러 가지로 유용하다. 특히 여러 사람의 의견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직접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거니와 그 범위가 대체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과 그 범위는 사실상 무제한이다. 인터넷이 개인의 능력을 뛰어넘는 소통의 도구가 돼 주는 이유이다. 이 점에서 인공두뇌 컴퓨터를 만든 천재가 고맙다.

더구나 인터넷에 뜨는 의견들은 거침이 없고 솔직하다. 어떤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생각을 가감 없이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런 것이 인터넷을 서핑하는 재미이며 인터넷 소통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지금은 사람끼리의 대화가 없고 스킨십이 부족한 시대다. 이 ‘군중 속의 고독’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인터넷이니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그런데 인터넷을 보면서 가끔 소름끼치는 표현들을 대하게 된다. 차마 입에 못 담을 표현, 집단적인 폭력성, 광기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이것이 세상살이의 각박함과 그로 인해 거칠어진 인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다.

또 인터넷이 이렇게 거칠어진 인성을 더 거칠게 몰아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게도 된다. 아무리 얼굴을 가리고 하는 대화지만 어떻게 이렇게 함부로 남에게 험담하고 상처 주며 뭇매질을 할 수 있을까 상상이 잘 가질 않는다.

이런 일을 볼 때 인터넷은 약도 되고 병도 되며 사람을 이롭게도 하지만 다치게도 하는 양날의 칼인 것 같다. 인터넷은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이어서 소통의 수단으로서 기능을 활성화 해 나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유용한 소통의 도구로 선용 되도록 하는 노력 역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누가 내 나라 한국이 싫다고 하면 기분 좋을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그 사람을 원색적인 표현을 빌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온당하지가 않다. 인터넷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광장의 군중이 이성을 잃기 쉽듯이 ‘인터넷 군중’의 이성 잃은 집단 폭력이며 광기다.

솔직한 생각과 감정의 표현은 원활한 소통의 출발점이며 중요하다. 하지만 남의 얘기을 비인격적으로 짓뭉개는 사람은 소통의 장에 나올 자격이 없다. 그러니까 한국이 싫으면 싫다고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더러 한국이 싫으면 한국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닌데 온당하고 이성적인 표현을 동원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민주주의 이념의 요체인 형평의 원리대로 내가 말할 자유가 있으면 남이 말할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 서로 상대의 감정과 생각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기분 나쁜 말을 한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원색적으로 비난부터 하고 나서거나 집단으로 린치를 가하면 인터넷은 솔직한 소통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그럴 때의 인터넷은 난장판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한국이 싫을 수도 있고 좋을 수도 있다. 누가 한국이 싫고 역겹다고 하면 왜 한국이 역겹고 싫은가 물어라도 보고 비난을 해도 해야 옳을 것 같다.

재미동포 출신으로 막 뜨던 젊은 가수 박재범이 최근 네티즌들의 이지메를 이기지 못해 보따리를 싸들고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22살의 젊은 스타 가수다. 4년 전 푸른 꿈을 안고 한국의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왔다.

가수 연습생으로 오게 되면서 미국에 있는 부모의 품을 떠났다. 한국이 자신의 핏줄의 나라지만 낯선 땅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힘들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그 연습생 시절에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이 싫다’ ‘역겹다’는 등의 말을 올린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일이 벌어졌다.

그 말이 한국인들의 숙명적인 아픈 뇌관을 건드린 것 같다. 다시 말하면 ‘그대가 한국이 싫다고 했는데 그러면 우리는 꼭 한국이 좋아서 분단되고 삶이 각박한 이곳에서 부대끼면서 사는 줄 아느냐. 그대가 한국을 알면 얼마나 아느냐’는 숙명적인 의식의 일부가 터져 나온 것은 아닐지.

그렇더라고 과한 표현은 네티즌들의 잘못이다. 만약 그가 다시 돌아온다면 따뜻이 포용하는 것이 옳다. 인생살이의 배움에는 공짜가 없다. 박재범도 많이 배웠을 것이다. 아무리 내뱉고 싶어도 못 뱉을 적절치 않은 말이 있는 법이다.

그대를 비난한 네티즌들이라고 살면서 한국이 싫다, 좋다 한두 번쯤 불평 안 한 사람 있을까. 알고 보면 다 말이 통하고 정도 들고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사람들이 인터넷에만 들어가면 난폭해질까. 그것이 의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포포론 2009-09-19 21:43:32
아직까지도 일부 네티즌 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사람의 속을 나타내는 것이죠. 겉과 속이 다른 사람 보다는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