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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남양유업의 커피 신제품 ‘프렌치카페 누보’가 출시되면서 경쟁사 동서식품이 또 한 번 속을 끓이고 있다. 그러나 뚜렷이 반박할 만한 논리도 없어 ‘무리한 마케팅’이라는 빈약한 대응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양유업의 신제품 마케팅은 “인산염을 빼고 커피의 수준을 높였다”는 문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0년 첫 제품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를 출시하면서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는 광고문구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는 카제인나트륨 다음으로 많은 첨가물인 인산염을 사용하지 않는 특허기술을 개발, 적용했다는 게 핵심이다.

자연 원료 마케팅이 식품업계를 휩쓴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남양유업이 커피 업계에까지 끌어들인 화학첨가물 논란으로 동서식품은 당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커피업계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동서로서는 카제인나트륨의 무해성을 알리며 최대한 점잖은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몇 달 후 카제인나트륨을 천연카제인 성분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모카골드를 앞세워 8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했지만 현재는 70%대 중반까지 남양에 뺏긴 상태다.

그럼에도 동서식품은 연륜을 과시하듯 화이트골드(일명 연아커피)로 소비자에게 호평을 받고, 카누로 인스턴트원두커피 시장을 개척하며 커피 전문회사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이 지난달 전남 나주에 2000억 원을 투자한 커피공장을 완공하고 국내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동서식품과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이어 ‘누보’의 판매를 시작했지만 인산염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남양은 칼슘과 인의 불균형을 가장 큰 문제로 제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인산염은 콜라, 햄, 라면, 커피믹스 등에 산도조절제로 첨가된다. 안전한 물질로 알려졌고 달걀, 우유, 김치 등 자연식품에도 들어 있다. 하지만 칼슘과 불균형을 이룰 경우 칼슘의 배출을 돕기 때문에 가능하면 가공식품에서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실제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1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9세 이상 남성의 칼슘 대비 인 섭취량은 약 1:2.5의 비율을 보인다. 1:1이 바람직하지만 칼슘보다 인을 2.5배 더 많이 섭취한다는 뜻이다.

특히 19~29세의 남성은 2.65배, 30~39세의 남성은 2.67배까지 인의 섭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19~29세가 가장 높은 불균형 정도를 보이는데 약 1:2.3이다. 남성의 불균형도가 더 심하다.

통계상 우리 국민이 인산염을 주로 섭취하는 식품은 1위 백미, 2위 우유, 3위 돼지고기 순이다. 가공식품으로는 커피가 11위로 가장 높은 순위다. 전문가들은 남성이 육류를 많이 섭취하고 커피를 자주 마실 경우 이처럼 인산염 섭취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인 섭취 불균형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1998년 우리 국민은 칼슘을 권장량의 71%밖에 먹지 않는 반면, 인은 권장량을 초과해 149%를 섭취했다. 권장량 대비 인 섭취 비율은 최근 5년간 계속 오름세다. 2010~2011년에는 권장량의 1.68배를 섭취할 정도로 높아졌다.

칼슘 섭취는 큰 변동이 없이 제자리인데 인의 섭취는 갈수록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미영 연구관은 “음료수와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인은 늘어나는 반면 칼슘의 주공급원인 우유 섭취는 워낙 모자라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새 제품의 칼슘 함량을 늘리고 비타민D도 첨가했다고 밝혔다. 칼슘-인의 불균형을 거론하는 건 남양유업만이 아니다. 매일유업이 판매하는 칼슘 강화우유는 ‘현대인의 인(P)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칼슘을 강화한 제품을 내놨다’는 문구를 패키지에 사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권상희 연구원은 “실제 1:1의 비율을 유지하기란 ‘이상’에 가깝다”면서도 “인과 칼슘은 체내에 흡수될 때 같은 운반체를 사용하는 경쟁관계이므로 불균형이 큰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동서식품은 우리 국민이 인을 과잉섭취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하루 1190㎎의 인산염 섭취는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이라며 “남양유업이 소비자 불안만 조장하는 무리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하루 최대 허용섭취량 3500㎎에 비하면 1190㎎은 전혀 과도한 양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커피를 통해 섭취하는 20㎎ 안팎의 인산염은 하루 동안 다른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전체 인 섭취량의 2%밖에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동서식품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존재한다. 질병관리본부 권상희 연구원은 “커피에는 인산염 외에도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다른 여러 가지 성분이 이미 존재한다”며 “커피에서 인의 함량을 줄이는 것이 ‘건강’을 논할 정도의 의미를 가지기는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남양의 ‘인산염’ 마케팅이 허점을 찌르는 차별화 전략일 수는 있지만, 커피가 워낙 ‘맛’을 중시하는 기호식품인 데다가 인의 함량이 유난히 높은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하게 즐기자’는 마케팅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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