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 바른교회아카데미는 18일 명동 청어람에서 자살현상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살, 살인 등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이 시대의 화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에서도 종교계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는 약방의 감초마냥 대두되고 있을 정도로 민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바른교회아카데미(원장 김동호 목사)가 18일 명동 청어람에서 ‘자살을 다시 본다: 한국 사회의 ‘자살’ 현상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 앞서 김동호 목사는 “목회현장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사들이 사회문제나 신학적인 문제를 따로 공부하거나 연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면서 “신학교수들이 이 부분에 대해 목사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 “이 자리가 신학자와 목회자, 신학자와 일반 교인들 간의 소통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 세미나에서 첫 번째 섹션으로 진행된 ‘한국 사회의 자살 현상이 한국교회에 던지는 질문’에서는 전성민(웨신대 구약학) 교수와 박정수(성결대 신약학) 교수가 각각 발제에 나섰으며, 이문식(산울교회) 목사가 논찬했다.

▲ 전성민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살과 관련된 구약의 본문들’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전성민 교수는 “자살, 혹은 자살을 논할 때 관계가 있다고 보이는 본문들에 관한 글이기에 이 글을 통해 구약이 자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 교수는 구약의 역사를 통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삼손, 사울과 사울의 무기당번 병사, 아히도벨, 이스라엘 왕 시므리)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한 사람들(아비멜렉) ▲자신의 죽음을 초래한 사람들(선지자 우리야, 다니엘의 세 친구) ▲살인에 관련된 본문 ▲자신의 생명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생각을 표현한 본문 등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

구약성경에서 자살과 관련된 본문들을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누어 살펴보는 것을 글의 논점으로 삼았기에 특별한 결론을 내지는 않았지만 성경의 역사를 통해 자살에 대한 시각을 설명했다는 것이 특이할 만했다.

‘자발적 죽음에 대한 신약성서적 해석’을 주제로 발제한 박정수 교수는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어떤 필연의 상황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면 자살은 수용될 수 있었다”며, 이와 같은 죽음은 ‘고귀한 죽음’이라고 말했다.

즉, 명예가 심하게 훼손되거나 수치를 강요당하는 고통의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당당하게 영웅적인 최후를 자발적으로 맞이하는 것이다.

▲ 박정수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박 교수는 예수의 죽음에 대해 “예수의 ‘죽어감’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하나님의 섭리의 수용이다”며 “그의 죽음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여 수용하는 삶의 충실한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명예의 경제학’ ‘죽음과 선택의 공리주의’ 등을 들어 자살에 대해 신약성서적 관점에서 해석했다.

특히 공리주의적 선택에서 그는 “고대의 철학자들과 같이 바울도 ‘죽음이 유익’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견해에 서서 죽음을 자신의 신학적 사유 안에서 주체적으로 수용해내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에서 자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부활의 능력 아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있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자살을 대담하게 말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고난’을 들었다.

한마디로, 자살이라는 사회적 터부에 삼켜져버린 기독교에는 죽음뿐만 아니라 부활의 능력까지 상실한 신학이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

▲ 이문식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
두 발제에 대해 논찬한 이문식 목사는 “두 발제자 모두 신학적 접근을 통해 ‘자살’이라는 현상을 보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사회와 교인에게 필요한 대안이나 결론이 나오지 못해 아쉽다”며, 현 사회의 현상과 문화에 맞는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어진 전체토론회에서 한 목사는 자살이 터부시 되면서 자살에 대한 상담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명예나 고귀한 죽음 등에 대한 자살이 미화돼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여러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고 갔으며, 교회가 ‘자살’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생각하고 바라봐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후 두 번째 섹션에서는 수정로침례교회 김기현 목사가 ‘자살에 관한 몇 가지 신학적 성찰’을 주제로 발제했으며, 조성돈(실천신대 목회사회학)·정재영(실천신대 종교사회학)·이영문(아주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가 각각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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