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대공원 시베리아호랑이가 임시 사육장인 여우사에 앉아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맹수가 어떻게 우리를 탈출했는가’ 밝혀지지 않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중태에 빠졌던 사육사가 끝내 사망했다. 아주대병원은 사고가 난 지 보름만인 8일 오전 2시 24분께 사육사 심모(52) 씨가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심 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10분께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실내 방사장에서 먹이를 주고 청소를 하는 등 아침작업을 하려던 중 우리 밖으로 벗어나 통로 근처에 앉아 있던 수컷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3)에게 목과 척추를 물려 중태에 빠졌다. 이 사고로 대동맥을 다친 심 씨는 부근 한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사고를 낸 호랑이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대공원과 경찰 등 관계자들과 대치하다가 30여 분만에 우리 안으로 되돌아가 다른 피해는 없었다. 호랑이가 나와 있던 통로는 공원 관람객이 있는 곳으로 이어져 있어 자칫하면 더 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후 서울대공원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전날 발생한 ‘호랑이 사고 경위와 향후 대책’을 발표했고, 동물원의 운영 부실과 비상 관리대책 부재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래 동물사 근무 수칙에는 2인 1조로 다니면서 눈에 보이거나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있어야 한다고 기록돼 있지만 사고 당시 사육사는 혼자였으며 사고 후에 동료가 현장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호랑이에 관련한 매뉴얼의 부재도 논란이 됐다. 심 씨는 지난 1987년 서울시에 입사한 후 지난해 말까지 곤충관에서 근무하다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지난 1월부터 맹수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인사이동 당시 심 씨는 계속 곤충관에 남아있기를 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동물원 안영노 서울대공원장은 이 같은 인사이동에 대해 “선임 근무자에게 구두로 교육을 받고 있을 뿐 세부적인 전문 교육과정은 없다”고 답했다. 26년 된 곤충전문가를 전문 교육과정 없이 맹수사에 보낸 것이다.

호랑이가 어떻게 우리를 벗어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경찰은 방사장과 내실 사이 격벽 문, 방사장과 관리자 통로 사이 격벽문의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규격은 적절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 심 씨 가족으로부터 심 씨가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육사 잠금장치가 돼 있지 않다…’ 등의 내용이 담긴 A4용지 메모 2장을 받아 정확한 의미를 파악할 예정이다. 검사 지휘를 받아 경찰은 이번 주 내로 사고 책임을 물을 대상자를 추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심 씨의 장례 절차와 연금, 보상금 지급 등은 서울대공원과 서울시, 유가족이 협의 중이다.

서울대공원은 사고 대책으로 “사고 발생 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사고발생 동물사의 관리자 출입문과 관리자동선 펜스를 5m 높이로 보강해 추가적인 사고발생을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사육하는 동물의 사육환경을 개선 ▲동물원내 비상사태 발생 시 적극적인 대비 방안 강구 ▲비상사태 발생 시 관람객 대피 통제 매뉴얼 마련 ▲직원을 위한 안전 교육 등을 하겠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