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심부름

최주식

면 소재지 양조장에서
막 빚어낸 쌀뜨물 같은 막걸리를
노란 주전자에 가득 담아
잡초 무성한 고갯길 돌아서면
목젖 모질게도 타 올라
뽕나무 그늘에서 한 모금
외딴 느티나무 아래서 한 모금
꽃잎 뜨는 개울가에서 주전자에 물을 채운 뒤
손가락 집어넣어 휘휘 저으며 한 모금
아버지는 알고 계셨을까?

오늘은 고층 빌딩 뒷골목 선술집에서
밥보다 더 배부른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니
불현듯 철모르던 그 시절이
그리움으로 다가오네

 

 
-약력-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서정작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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