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대구 헛 제삿밥

대구 헛 제삿밥도 진주, 안동 헛 제삿밥처럼 유생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최영년이 쓴 <해동죽지>에 보면 “대구부 중에 허제반이 유명하였다”고 한다.

대구 헛 제삿밥의 메뉴는 제수 음식과 같게 나온다. 기본적인 상차림으로 3적(유적, 어적, 소적(두부적))과, 3탕(명태, 건홍합, 피문어), 3색 나물(숙주, 고사리, 시금치), 김치, 쇠고기유전, 조기 대신 상어 도배기, 밥, 국이 올라가는 대구의 제사 음식을 중심으로 한 상차림이어야 하나, 현재 대구의 헛 제삿밥은 조기가 올라가고 상어 돔배기가 올라가며 숙채 위주의 간소한 한식 차림이다.

다만, 제사 음식처럼 고춧가루나 마늘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 한식과 차별이 될 뿐이다.

진주 헛 제사밥

진주 헛 제삿밥 역시 진주 지역의 유생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진주 헛 제삿밥은 유생들뿐만 아니라 궁중에까지 그 맛이 소문나 궁중 내직에서 외직인 진주 관찰사로 부임하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진주 헛 제삿밥이었다고 한다.

진주 출신의 시인 故 설창수 선생의 생전 증언에 의하면 “진주 헛 제삿밥 맛을 보고자 벼르던 어느 관찰사가 진주로 부임해 오자마자 아전에게 진주 헛 제삿밥을 시켜 차려 내온 상을 보고 호령을 한 후 다시 차려오게 하였으니 관아의 아전이 차려온 헛 제삿밥은 제사 음식의 형식만 갖추었을 뿐 향내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했다.

진주 헛 제삿밥은 음식을 장만할 때 반드시 향불을 피우고 차렸다. 1960년대 이전까지 진주 냉면과 함께 진주의 밤참 음식으로 사랑을 받다가 한동안 사라졌다.

1999년 필자가 진주 냉면과 함께 재현을 위해 부산 PSB, 경남일보 등에 보도하면서 현재의 ‘진주 헛 제사밥 집’이 유일하게 장사를 시작하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진주 헛 제사밥의 차림은 진주를 중심으로 한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기제사를 모실 때 마련하는 제물 중에 제음, 제탕, 숙채, 적, 생과 등이 있다. 수효를 맞추어 장만을 하는 관습이 있다. 탕이 삼탕이면 숙채 즉 나물도 3채가 되고, 적도 삼적, 실과도 3과가 된다.

계절에 나오는 나물들을 사용하며 식품의 색깔을 가지고 배합을 한다. 자연스럽게 계절의 나물로 숙채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헛 제삿밥은 기제사를 축소한 삼탕, 삼채, 삼적, 삼과를 중심으로 차림을 하고 조기를 쪄 낸다.

진주 헛 제삿밥에 곁들여 내는 진주 유과와 단술의 맛은 예로부터 조선 제일이라 하였다. 진주 헛 제삿밥에는 이 진주 유과와 식혜(단술)가 함께 곁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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