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본심리상담소 이재진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리본심리상담소 이재진 대표

아픔 직접 경험, 타인의 아픔 지나칠 수 없어 상담사 돼
하루 1000여 명, 상담 블로그 방문해 진실한 상담 받아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상처와 아픔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치유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마음이 아플수록 더욱 환하게 미소 짓는다. 또 어떤 이는 취미로 슬픔을 잊는다. 때로는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하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다한 생각을 잊기 위해 긴 잠을 청하기도 한다.

이렇듯 나만의 방법을 사용해 슬픔을 잊어보려 한다고 가정해 보자. ‘내 상처는 과연 모두 사라진 걸까?’ 자아 성찰적인 질문을 나에게 던질 때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이재진(34) 리본심리상담소 대표는 “아프고 눈물이 흐르면 실컷 울어야 한다. 그래야 아픔을 이기는 힘이 생긴다”며 ‘크라잉(crying) 힐링’의 중요성을 전했다. 그는 ‘실컷, 울어야 다시 사랑할 수 있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상처가 있을 때 ‘실컷 운다’는 것은 가장 솔직한 대답으로 보인다. ‘난 괜찮아’라며 스스로 나에게 주문을 거는 것은 되레 마음속의 상처를 더 쌓는 것이기 때문. 참다 참다 한계에 부딪히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마음의 병이 들기도 한다.

이 대표 역시 이 같은 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상담사라는 직업을 통해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알기도 하겠지만, 기자가 이 대표의 ‘크라잉 힐링’에 끌리는 이유는 이 대표 역시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아픔은 그가 상담사의 길로 들어선 결정적인 계기였다.

“사실 제 전공은 산업공학입니다. 공학석사로서 삶을 살던 저는 지난 2010년 아내와 이혼을 하게 됩니다. 이혼 후 극심한 우울증을 경험하게 됐고, 우울증 치료까지 받게 됐습니다. 바로 이 시기였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지나칠 수 없었기에, 직접 심리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이 대표가 전하는 ‘크라잉 힐링’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상담 블로그에는 하루에 약 1000여 명이 방문, 상담을 받고 있다.

상처를 입은 사람, 울고 싶은 사람들은 이제 이 대표의 진실한 상담을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리본심리상담소’의 이름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상담은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을 엮어주는 ‘리본(reborn)’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는 다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저에게 오는 사람 가운데는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리본은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데 의미를 둡니다.”

이 대표는 하루 두 번 내담자를 상담한다. 1회 상담 시 보통 2~3시간 소요된다. 이 대표는 이 시간 동안 내담자가 어떤 아픔을 지니고 있는지 분석하고, 가슴 속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상담사로서 그는 매우 겸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역할이 ‘왼손’이라고 설명했다.

“의지가 없고, 바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상담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반면 진짜 바뀌고자 하는 사람은 강한 의지로 상담을 받으러 옵니다. 저는 내담자들이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었던 사연을 들어주고 공감해 줍니다. ‘아픔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하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내담자들은 자신의 어릴 적, 젊은 시절의 환경 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다 보면 ‘아~ 제가 이런 모습이었네요’라며 (내담자들이)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느덧 가슴속 깊이 있던 원인을 발견하게 되고, 아픔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이 대표는 “저는 그저 거드는 ‘왼손’과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내담자들이 ‘고맙다’고 말해줘서 더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상담 시 내담자들에게 반드시 내주는 숙제가 있다. 바로 ‘일기’를 써오는 것.

“일기를 쓰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큽니다. 일기는 자신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일기를 통해 나를 계속 돌아보면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고, 고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은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게 됩니다.”

기자와 긴 대화를 하던 이 대표는 현대인의 병인 ‘우울증’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여성 우울증이 1위라며,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개인의 욕구 상실’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6.25전쟁이 끝난 후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의 욕구나 색깔은 포기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초점은 개인이 아닌 조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욕망은 점차 좌절돼 갔습니다.”

좌절감은 어느덧 습관적으로 변하고, 그것이 자식에게 대물림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희망’의 빛이 조금씩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무언가를 궁금해 한다는 것이며, 곧 발전을 가져온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긍정의 힘이 작용할 것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이 대표는 부부 문제를 다룬 서적을 집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부 문제를 다룬 책 한 권을 쓰고 있습니다. 이혼한 부부의 50%가 ‘성격차이’로 이혼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이상 심리’ 때문입니다. 우울증이나 강박, 관계중독 등 3가지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하지만 이것(이상 심리)을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한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이에 그는 책을 통해 부부 문제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픔은 누구에게나 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아픔을 치유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크라잉 힐링’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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