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 17일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한국소설가협회 기자회견에서 현 입장을 설명 중인 유만상 부이사장(왼쪽), 정연희 이사장(가운데), 노수민 이사(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정연희)가 문화부를 상대로 ‘전면투쟁’에 나섰다.

소설가협회는 17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문화부와 빚어왔던 갈등을 참다 못해 나서게 됐다. 법적으로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9년 전, 소설가협회는 문화부의 일방적인 권유로 ‘스토리뱅크’라는 사업을 제의받게 됐다. 당시 문화부의 제안은 가난했던 작가들에게 살 길을 열어주는 것이었기에 이 사업을 반대하는 작가들은 없었다고 한다.

문화부가 제안한 ‘스토리뱅크’ 사업은 고전, 현대소설, 창작물 등 문학작품을 원고지 30장 분량으로 요약해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고 연극,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문화관계자 및 일반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 문화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한국소설가협회 700명 회원 중 200명 이상의 회원들이 총 7500여 편의 스토리 원고를 작성해 협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협회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횡령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협회 노수민 이사는 “10년 동안 ‘이사람 아니면 안 된다’ 할 정도로 믿고 따랐던 사무국장의 배신은 당시 협회 회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며 “평소 회원들에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줬었는데, 그 돈이 횡령한 돈이었다”고 분개했다.

그래서 협회 회원들은 그들의 횡령 비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 결과 횡령사건에 연류된 4사람을 검찰에 기소한 바 있다.

이밖에 이들이 횡령한 돈을 돌려받기 위해 손해배상 청구 및 민사소송을 제기, 2006년 5월 12일 대법원 상고심을 거쳐 피고인으로부터 5억 2900만 원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문화부는 2006년 7월 2일 한국소설가협회에 ‘국가보조금 교부결정 취소 및 반납 명령에 따른 조치계획’이라는 공문으로 피고인으로부터 받아낸 5억 2900만 원 전액을 회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 한국소설가협회 정연희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연희 이사장은 “피해자는 협회 회원들”이라며 “환수한 금액 전원은 회원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협회는 조금이나마 회원들의 피해를 막고 권익을 되찾고자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지 문화부의 국고보조금을 찾아주기 위해 재판을 벌인 것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현재 문화부는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밀어붙이며 협회 사무실을 가압류 하고 지난 5월에는 반환을 거부하는 정연희 이사장과 임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굳이 이런 방법까지 써야 하냐”면서 “돈을 갚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갚겠다는데 우리 뜻을 왜 받아들이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분통해 했다. 그러면서 “불행한 일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은 없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협회 유만상 부이사장은 “정의와 불의를 나누자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 고치고 싶은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끝으로 정연희 이사장은 “문화인답지 않게 떠들지는 않겠다. 문화인들을 믿고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협회는 18일 오전 서울 세종로 문화부 청사 앞에서 집단시위를 할 것으로 예고했으나 현재 시위는 취소된 상태며 100여 명의 작가들이 모여 20분가량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협회가 스토리뱅크 국고보조사업 횡령액을 조속히 국가에 반납, 협회를 정상화 해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같은 날인 17일 밝혔다.

이어 “협회가 환수 받은 국고보조금 횡령 전액은 당연히 문화부에 반환해야 한다”며 “국가에 반납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통장 보관금액을 협회로 환원하라는 공문을 지난해 12월 발송했지만, 협회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현재 재판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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