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일본 아베 총리, 박근혜 대통령 (사진출처: 뉴시스)

과거사 현안 ‘첩첩산중’
日 역사인식에서 갈등 초래

‘태도변화→신뢰형성’ 무게
연내 정상회담 개최 어려워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한일 양국이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 경향으로 한일관계는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흐름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을 절감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현재의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데는 독도 영유권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진 등이 주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요인은 모두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나 위안부 관련 발언 등으로 양국 간의 갈등 해소를 위한 시도 자체가 어렵게 됐다”면서 “우리 국민의 경우 일본에 대한 불신감도 고조됐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특히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신뢰관계를 형성했을 때 한일관계의 근본적인 개선과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협력위원회 창립 50주년 총회에 보낸 축하메시지에서 “한국과 일본이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정상회담을 하려면 일본 지도자의 역사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거사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 등의 진전된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근본적인 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의미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일본이 정확한 역사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쉽지 않다”면서 “한일 간의 (과거사에 대한) 입장차를 좁힐 수 없다면, 한일관계는 더욱 꼬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한일 정상회담의 개최는 요원한 상황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을 연내에 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긴 했지만,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달린다. 이에 따라 냉각 국면에 있는 한일관계를 현재처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제기한다. 다각적인 실무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공식·비공식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다자외교, 균형외교, 통일외교, 평화외교 등 다양한 외교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이승만 정부가 1953년에 전국적으로 조사한 3.1운동과 일본 관동대지진 등의 피살자 명부가 최근 공개되면서 한일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한일관계의 걸림돌이 된 피해보상 문제가 또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게 일본으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하종문 교수는 그러나 “관동대지진 피살자 명단이 나왔으니깐 진상조사 등 인도적 차원의 일본 정부의 조치가 있다면, (한일관계의) 전향적인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며 “새로운 현안이 나왔기 때문에 논의할 여지가 있으므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