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지도자로서의 선 넘지 말아야
헐뜯기보다 이해하는 마음 있어야
아름답게 공존하는 세상 만들어야

 
시국 미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전주교구 원로 신부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박 신부는 지난 22일 전북 군산시 수송동성당에서 열린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봉헌하며 연평도 포격은 북한으로서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 신부의 강론 전문을 읽어 보면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한 것은 북방한계선인 NLL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는 있다. 허나 어디까지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듯한 느낌을 준 것과 연평도 포격 자체를 언급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 아닌가 한다. 어쨌거나 이 강론으로 인해 박 신부는 여러 단체들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국 미사가 있던 날로부터 지금까지 박 신부의 강론에 대한 논쟁이 다수의 매체에 의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으니 말의 조심성과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박 신부의 이러한 행동을 두고 강론의 일부만을 발췌해 침소봉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종북몰이라는 주장과 종교지도자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는 주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천주교 내에서도 천주교 전체의 의견도, 정의구현사제단 전체의 입장도 아니라는 취지의 발표를 하는가 하면, 한기총은 정의구현사제단을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 또한 박 신부의 발언은 적절치 못한 것이었으며, 종교지도자로서의 명분을 망각했다는 데 집중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듯이 그 사람의 의도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사람이 말한 것의 문맥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박 신부가 시국 미사에서 한 강론도 그러한 맥락에서 보면 문제가 되는 발언만을 발췌할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박 신부의 발언이 문제가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 박 신부의 말과 행동에는 문제가 있다. 이 나라를 생각하고 걱정해서 한 발언이겠지만 문제는 종교인으로서 그것도 종교지도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했다는 데 있다.

요즘 들어 부쩍 정교분리의 중요성을 외치는 것이 종교가 정치에 너무 깊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종교인이라고 해서 나라와 민족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라는 것이 아니다.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모두 종교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알 것이다.

허나 작금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많은 종교단체가 정치와 권력에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탄생한 단체가 있는가 하면, 권력에 붙어 종교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이들도 적지 않다. 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마음을 강단에 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 어느 종교든 강단에 선다는 것은 그 종교가 가지고 있는 경서를 통해 신자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지 정치를 논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종교는 신앙심을 바탕에 두고 있기에 신자들은 종교지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신자들의 가치관을 흐리게 해서도 안 된다. 정치에 관여하고 싶고, 정권을 바꾸고 싶다면 종교지도자로서의 길에 들어서는 것보다는 정치인의 길을 선택했어야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제복을 입은 정치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종교인으로서 아니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기 위치에 맞는, 자기가 입은 옷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도만으로는 이 정국과 시국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은 기도의 힘을 믿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종교지도자가 종교와 정치의 갈림길에서 고민한다면 더욱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종교지도자만을 탓하는 것도 그들의 행동을 비난만 하는 것도 아니다. 현 정권과 반하는 행동을 무조건 종북으로 몰고 가는 현상도 위험한 일이다. 나와 반하는 말과 행동을 한다고 해서 잘못된 것으로 몰고 가는 것도,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 하는 것도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다.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본분을 다한다면 결코 서로를 향해 ‘틀리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시국 미사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서로를 헐뜯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꼬투리잡기보다는 서로에게 고맙다 말할 수 있는 그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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