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육성은 물론 국내 ICT국가보안 위해 국산화가 필요하다

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우리나라는 ICT인프라와 서비스 면으로는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는 강국에 속한다. 그에 비해 핵심장비는 대부분 외산으로 장비산업의 경쟁력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의 ‘2013년 공공기관 ICT장비구축 운영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44개 공공기관의 네트워크장비 국산화율은 23.1%에 불과하다. 심지어 미래부 산하기관 39개 기관 중 국산통신 장비는 대수 기준으로 8.4%에 그치고 27개 기관은 전혀 국산장비를 도입하지 않는 것으로 국회 국정감사 때 지적된 바 있다.

또한 금년 10월까지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판매된 통신장비 중 국산서버가 단 1대도 없고 지난 1년간 조달시장에서 판매된 881대 장비 중 3대만이 국산으로 국산 점유율은 0.3%에 불과하다. 이렇게 국산통신 장비업체의 입지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형편인데 최근 들어서는 대규모 통신인프라 구축사업에 해외기업이 독식하면서 우리나라 ICT장비산업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에 놓여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도 최근 진행된 농협통합망사업에서 다중서비스지원 플랫폼(MSPP)을 알카텔-루슨트장비로 제안했다고 한다. 또한 11월 들어서는 LG유플러스의 2.6GH2 신규 LTE망 기지국 구축사업에 중국의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가 장비공급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하지만 ICT장비산업은 네트워크장비, 방송장비, 컴퓨터장비 등으로 ICT뿌리산업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글로벌 외산장비를 선호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산장비를 도입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지난 8월 미래부는 2017년까지 정보통신(ICT)장비 5대 강국으로 도약을 목표로 ICT장비의 외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2개 ICT글로벌장비를 집중 개발하겠다는 ‘WIE(World-class ICT Equipment)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또한 후속조치로 국산장비 연구개발 추진계획도 이달 중 발표하고 행정, 금융, 국방 등 주요기관과 협의하여 국산장비 수요창출방안도 모색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글로벌 외산장비 업체의 국내 진입이 가속화되면 정부가 발표한 ‘ICT장비산업 육성방안’이 용두사미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 80년대에 국산교환기 TDX-1이 개발되자 외산교환기의 회선당 단가가 반값으로 떨어져 통신시설 현대화를 앞당겼던 예로 볼 때 국산장비가 있어야만 외산장비의 가격인하도 촉진시킬 수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등 단말기기도 장기적으로는 ICT산업 전반의 기저가 되는 장비산업이 발전 없이는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최근 국제적인 이슈가 된 미국 정보당국의 광범위한 세계 주요인사에 대한 도청, 그리고 해킹, 디도스 공격과 사이버테러 등 국가 ICT안보를 위해서도 ICT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도 ICT장비육성을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예산의 확보 없이는 정부의 많은 정책이 해당 부처나 단체의 희망사항에 불과한 구호에 그치고 중도에 좌초하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 발표한 ‘ICT장비산업 육성정책’은 이러한 과거의 생색내기용 정책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또한 담당자들이 국산장비를 선호하도록 감사당국의 인식전환과 제도개선도 시급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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