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확인

최금녀

지리산에서 날아온 눈 소식 한 컷

폭설로 길을 잃어버린
얼간이 새가
눈 속에 빠뜨리고 간 여린 알
산수유 열매가
저 혼자 눈 속에서 부화하는

이 겨울
지리산에서 보내온 눈 소식 한 컷

[시평]
사진이나 편지는 왜 네모여야 하는가? 한번쯤 의심을 품어본즉 하지 않은가. 네모가 가장 안정된 모형이라서 그런 것인가? 알 수가 없다.
지리산에서 첫눈이 내린 풍경을 네모난 사진에 담아 보낸 모양이다. 상상만 해도 아름다운 그 풍경. 그 풍경은 다만 흰 눈이 장엄하게 뒤덮인 풍경이겠지만, 지리산에는 지난 가을 채 수확하지 못한 산수유 열매 하나 눈 속, 말간 눈을 뜨고 있으리라. 마치 폭설로 길을 잃어버린 얼간이 새가 눈 속에 빠뜨리고 간 여린 알 같은, 그래서 저 혼자 눈 속에서 부화하는 그 알 마냥.
실상 지리산에서 보내온 눈 소식은 그 장엄한 눈 경관이 아니라, 저 혼자 부화해야 하는, 그래서 스스로 눈 속에서 붉은 눈을 떠야 하는, 다 떠난 뒤 혼자 남겨진 그 산수유 열매, 그래서 왠지 마음이 안쓰러워지는 바로 그 놈의 안부가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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