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이맘때쯤이면 많은 대학스포츠종목의 감독들은 어느 선수를 솎아낼지 고민을 한다.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에 대비해 전력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하는 감독들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기존 선수 중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해 운동이 불가능하든지, 또 적성이 맞지 않거나 기량이 부족한 이들을 면담 등을 통해 추려내고 남은 자리는 새 선수로 수혈할 수밖에 없다. 감독들은 사사로운 정에 좌우되지 않고 팀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힘겨운 결정을 내리게 된다. 운동을 떠나는 학생선수들에게 대부분의 감독들이 주문하는 것은 새로운 삶에서 성공을 거두라는 당부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은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바람과 같이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공부를 따라가자니 기초가 없고, 학교를 그만두자니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오도 가도 못 하고 방황하는 제자들을 지켜봐야 하는 감독들은 답답해서 깊은 한숨만 내쉰다.

20여 년간 스포츠 기자생활을 했으며, 한국체육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스포츠 관련 강의를 하는 필자도 주변에서 이런 학생들을 많이 봤다. 강의실에서 수학능력이 좋은 일반 학생들 틈에 섞여있는 운동포기학생들은 지식과 정보의 부족으로 수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과 근심어린 표정을 보였으며, 일부는 끝내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2일 열린 한국대학배구연맹 워크샵은 대학스포츠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점검하고 운동포기학생에 대한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과 대책 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체육계로부터 관심을 끌 만했다. 김찬호 연맹 전무이사는 “배구를 비롯해 대학스포츠에서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경기력 관리에만 신경을 써 운동을 포기한 학생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측면이 많았다. 앞으로 연맹 차원에서 이들이 다양한 직업과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중탁 연맹 기획이사는 “대학배구에서 운동을 그만두는 탈락률이 20% 정도나 된다. 결코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생들 내에서 아웃사이더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에 대한 대책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제시된 안 가운데 스포츠 마사지사, 스포츠 애널리스트, 스포츠 저널리스트 등 운동선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을 겨냥해 실무교육을 학생 때 집중적으로 이수시키자는 내용은 눈길을 끌 만했다. 경기대를 비롯해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스포츠 마사지사와 스포츠 애널리스트 양성 과정 교육은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이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포츠 저널리스트 과정도 운동포기학생들의 학습욕구를 높여주고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 시도해 볼 만하다는 얘기이다. 각 대학별로 운동을 그만둔 학생들을 선발해 언론교실 등에서 실무교육을 실시해 대학배구 인턴기자 등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스포츠 저널리스트는 선수출신인 경우 전문성이 높아 성실성과 집요한 자세를 갖춘다면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취재와 글쓰기 요령 등을 배우고 익힌 다음 각 대학별로 개성과 차별성을 바탕으로 한 경기기사와 선수 스토리를 다양하게 써보며 대학생활 동안 학생 스포츠기자로 활동한 뒤 대학졸업 후 스포츠 전문 미디어나 방송 등으로 취업에 나설 수 있다. 기자시절 야구선수, 핸드볼선수 출신이면서 스포츠 기자로 맹활약한 뒤 스포츠신문 편집국장까지 지내는 것을 본 필자로서는 배구선수 출신도 얼마든지 스포츠 기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상에 올랐다가 추락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정상에 서보기는커녕 오르는 과정에서 탈락하는 이들을 일상의 삶 속에서 많이 본다. 운동선수를 하다가 포기하는 이들도 그런 탈락자 그룹이다. 이들이 운동 대신에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적 기회와 경험 등을 공유시켜 나갈 때, 대학스포츠의 위상이 더 튼튼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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