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이 지난 18일 서울역 동부 광장 앞에 마련된 흡연실 밖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비흡연자 “금연구역 확실히 지정해줬으면”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사례1. A(27, 여, 서울 용산구 서계동)씨는 서울역을 지날 때마다 코를 틀어막는다. 서울역 양쪽 출입구에서 많게는 수십 명씩 담배를 피워대기 때문이다. 바람이라도 불면 냄새가 대합실 안까지 진동해 여간 심기가 불편한 게 아니다.

사례2. B(36, 여)씨는 간접흡연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고 나서부터 담배 피우는 사람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역을 지날 때면 어쩔 수 없이 담배 냄새를 맡게 돼 화가 치밀어 오른다. 특히 근처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과 지나갈 때면 더 속이 탄다.

이는 서울역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의 불만이다. 코레일은 이러한 이용객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예방하고 역사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12일부터 서울역 동부 광장과 서부 출입구에 48㎡와 52.5㎡ 규모의 흡연실을 설치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서울역 흡연실은 완전 밀폐 구조로 돼 있어 고사양 제연시스템과 공조시스템을 구축해 담배연기 제거 및 살균, 탈취기능을 갖췄다. 그러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인 만큼 흡연실 존재를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이를 지키지 않는 흡연자들이 많아 관계기관이나 지자체가 계도에 더 신경써야한다고 시민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역 주변. 흡연실이 설치된 지 일주일가량이 지났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흡연실에 있다가도 다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시민들도 많았다.

흡연실 밖에서 일행과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배모(20, 남) 씨는 “꼭 들어가서 피워야 하느냐”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면서 “서울역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이상은 (흡연실이 있는지) 잘 모른다”면서 “역사 주변 곳곳에 눈에 띄게 이를 알리는 표시가 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흡연실 문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시민은 “흡연실이 너무 좁아서 다시 밖에 나와 피우게 된다. 더 많이 설치되거나 넓게 확충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흡연실에 있던 또 다른 시민은 “좁은 것도 문제지만 한꺼번에 여러 사람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기 때문에 환기에 한계가 있다. 이해는 하지만 (환기가) 더 잘 되면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 같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서울역을 자주 지나간다는 비흡연자 정나원(21, 여,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씨는 “그나마 흡연실이 생겨서 다행이지만 아직도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 냄새가 옷에 배는 것 같아 불쾌하다”면서 “확실하게 금연 구역이 지정돼 흡연자들이 흡연실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실효성 있는 역사 환경 개선을 위해 ㈜한화역사와 합동으로 계도 활동을 펼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흡연문제로부터 역사 환경이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와 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이 일대가 중구와 용산구로 나뉘고, 사유지도 있는 만큼 여러 이해관계가 있어 금연 구역 범위 지정을 놓고 조율 중이기 때문이다. 또한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다 해도 단속인원이 부족해 하루 유동인구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역사 주변을 관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단속부분은 공무원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용산구와 중구가 같이 또는 번갈아가며 단속을 한다고 해도 해당 과에 단속인력은 1~2명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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