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안동은 퇴계 이황, 서애 유성룡 등 조선 시대 정치와 사상계를 이끌어 나간 사림들을 배출한 유래 있는 양반의 고장이다. 양반 문화의 바탕이 된 성리학적 주자가례가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오면서 독특한 문화가 생겨났으니, 예를 입각한 제사문화가 그것이다.

안동 헛제삿밥은 안동지역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등 유명 서원의 유생들이 쌀이 귀한 시절 제사 음식을 차려놓고 축과 제문을 지어 풍류를 즐기며 허투루 제사를 지내고 나서 제사 음식을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안동 헛제삿밥이 상품화돼 식당 메뉴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부터다. 당시 안동시가 안동댐 건설로 수몰 직전의 고 가옥을 현재 야외박물관 자리로 옮기고 나서 전통음식점으로 활용토록 하자, 이곳에 입주한 조계행(76) 할머니가 ‘안동 칼국시’와 함께 처음 메뉴에 넣어 팔기 시작했다.

1년 뒤에는 헛제삿밥만 전문으로 하는 까치구멍집, 민속촌 등 다른 음식점이 들어섰고, 1990년대 들어 하회마을 입구와 임하면 등에 안동 헛제삿밥이 자리 잡으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까치구멍집은 경북 일대의 안방과 사랑방, 외양간, 정지, 병당, 대청마루 등 다양한 용도의 실(室)들을 하나의 건물 안에 배치한 가옥으로 강원도와 경상북도 북부 산간지역에서 볼 수 있는 서민가옥이다.

현재 경북 봉화군에 소재한 ‘설매리 3겹 까치구멍집’이 국가지정문화재인 중요민속자료 제247호로 지정되었다. 다만, 현재 헛제삿밥을 하는 까치구멍집은 경북지방의 전통가옥 이름을 빌려 온 상호일 뿐이다.

안동댐 수몰로 현재의 장소에 전통음식점이 생기기 시작한 1년 뒤에 헛제삿밥만 전문으로 하는 까치구멍집과 민속촌 등 음식점이 들어섰고, 90년대 들어 하회마을 입구와 임하면 등에 안동 헛제삿밥이 자리 잡으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안동 헛제삿밥의 상차림은 음복 상의 모습 그대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제사에 사용되는 3색 나물(고사리·도라지·무채·시금치·콩나물·가지·토란 등) 한 대접과 각종 전과 적이 한데 담겨 나온다. 산적에 가오리, 문어 등의 산적과 함께 간 고등어와 상어가 들어가는 것이 특이하다.

또 탕과 깨소금 간장 종지, 그리고 밥 한 그릇이 나온다. 탕은 어탕(어물로 끓인 것), 육탕(쇠고기로 끓인 것), 채탕(채소 위주로 끓인 것)의 삼탕이 모두 같이 섞인 막탕(쇠고기, 상어, 명태, 오징어, 무, 다시마 등을 넣어 끓인 것)이다. 탕은 오래 끓여 맛이 담백하고 깊어 제사 음식의 고유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제사 음식은 고추장과 마늘 등 양념이 들어가지 않아 구수하고 담백하다. 헛 제삿밥을 먹을 때는 나물에 고추장을 넣지 않고 깨소금 간장으로 간을 해 비벼 먹는다. 최근 일부 음식점에서는 손님의 기호에 따라 고추장을 내놓기도 한다.

안동 헛 제삿밥에는 빠뜨릴 수 없는 음식으로 항상 ‘안동식혜’가 따른다. 식혜라 하면 흔히들 단맛의 음청류를 생각하겠지만, 안동식혜는 무와 고춧가루 물이 들어가는 독특한 음청류로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출향인들이 겨울철이면 살얼음이 살짝 낀 식혜를 떠먹던 맛을 잊지 못해 병이 날 정도로 이곳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맛’으로 인이 박혀 있다. ‘감주계 식혜(단맛의 국물이 많은 것)’와 달리 끓이지 않으며 밥과 얄팍하게 썬 무와 엿기름, 우린 물과 생강, 고춧가루를 넣고 삭혀 만든다. 고춧가루와 생강의 매콤한 맛과 무가 어우러져 담백한 이 식혜는 항상 헛 제삿밥과 어울려 나온다.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고유풍습인 제례에 쓰여온 돔배기(상어고기)는 ‘토막고기’라는 뜻의 경상북도 사투리에서 유래했다. 2002년 12월 11일 대구 동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상어뼈 등이 발견됨으로써 대구 경북지방의 제례에 상어고기가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었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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