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영관 전국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사무총장(수원시의회 의장)이 1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與 받아들이자니 ‘수도권 열세’ 거부하자니 ‘여론 타격’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논란이 정치권에서 뒤늦게 가열되고 있다. 야당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공세적인 자세를 보이면서다. 내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문제를 정리해야 할 시기와 맞물려 정치권의 현안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셈법은 복잡하다. 여당은 물론 야당 내부에서도 이해 당사자 간에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정당 사이에서도 폐지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정당 구도에서 보면 칼자루를 쥔 쪽은 민주당이다. 여당에 앞서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으로선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든 새누리당보다 손해가 작기 때문이다. 공을 넘겨받은 새누리당은 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지방 정치권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의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도권 현역 단체장은 대부분 민주당 소속이다. 정당공천이 폐지되면 현역 프리미엄까지 가진 야당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야권의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안철수 신당을 견제하기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다.

민주당의 공세도 이 같은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대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통한 정당공천 폐지 논의를 새누리당에 제안했다. 그는 22일 “이제라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국민의 요구에 분명하게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민주당에서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공천을 하든 안 하든 민주당은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박혜자 최고위원은 “폐지에 따른 보완 입법을 할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했다. 박기춘 사무총장은 정당공천 폐지 논의를 위한 여야 사무총장 회담을 제안한 상태다.

정당공천 폐지가 무산되는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새누리당보다는 책임론에 따른 타격이 덜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이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하긴 했지만, 그 이후 여당 설득에 다소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여당에 공천폐지 관철을 압박하면서 선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코너에 몰린 형국이다. 내부적으로 폐지 반대론이 적지 않고, 공천 폐지 시 수도권 등 여야 경합 지역에서의 성과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공천 폐지를 거부하면 대선 공약 불이행이라는 비판과 함께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따가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당 내부에선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은 유지하되, 후보 경선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의 수정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새누리당이 야당의 요구를 받지 않고 다른 구상을 하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과 약속한 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지킨 다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완을 해야지 사전에 문제를 예단해서 공약을 안 지키고 수정한다는 것은 정당정치의 기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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