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 제95호): 이 향로는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명품 가운데 하나다. 향이 빠져나가는 뚜껑, 향을 태우는 몸통과 이를 지탱하는 받침으로 이루어진다. 각각 다른 모양을 기능적으로 결합해 완성된 조형물로, 여기에는 음각·양각·투각·퇴화(堆花)·상감·첩화(貼花) 등 다양한 기법이 조화롭게 이용됐다.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26일 상설전시관 청자실 재개관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고려비색 천하제일(高麗翡色 天下第一)’ 중국 송나라의 태평노인(太平老人)은 ‘수중금(袖中錦)’에서 하늘 아래 뛰어난 것 중 고려청자의 색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고려의 비색과 빼어난 조형, 동시기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감 문양은 비단 고려시대 뿐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국경을 넘어 진정한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고려청자가 최적화된 공간에서 진가를 발하며 관람객을 맞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6일 상설전시관 청자실을 새롭게 단장하고 일반 관람객을 맞는다.

이번 청자실 재개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객에게 더욱 쾌적한 환경 속에서 우리 문화재를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연차적으로 진행해 온 전시실 개선 사업의 일환이다.

전시 내용면에서는 고려청자의 역사의 흐름을 바탕으로 주제별 구성을 통해 전성기 청자의 미의식을 드러내고자 했고, 디자인면에서는 전시 환경을 대폭 개선하여 청자 특유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청자실은 고려청자의 비색(翡色)에 초점을 맞춘 ‘색(色)과 조형’, 상감(象嵌)기법으로 대표되는 ‘장식과 문양’으로 크게 나누어 꾸며졌다.

비색과 상감은 전성기 고려청자를 응축하는 개념이다. 우선 ‘색(色)과 조형’에서는 찻그릇으로서 청자의 제작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청자색이 점차 푸른빛을 띠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음각ㆍ양각ㆍ투각 등의 기법, 동물ㆍ식물 모양의 상형(象形)청자의 조형성 등을 다루고 있다.

금속기와 고려청자의 관계, 중국 자기의 영향 등도 포함됐으며, 각각의 주제를 통해 차와 술, 음식 및 일상생활에서 실용과 감상을 넘나든 고려청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장식과 문양’은 청자의 색과 형태보다는 흑백의 대비가 강렬한 상감 문양이 주된 관심의 대상이다.

고려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행했던 구름ㆍ학무늬와 물가풍경무늬가 일정한 도상(圖像) 안에서도 자유롭게 나타나는 모습과 상감 문양이 표현과 구성면에서 흡사 회화와 같은 공예도안으로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퇴화, 철화 등의 기법과 고려청자의 창의적인 요소로 꼽히는 붉은빛의 동화 기법까지 청자의 화려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전시실의 말미에서는 고려백자와 철유자기, 연리문자기 등 청자 이외의 다양한 도자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명품의 나열로 그치지 않도록 유물들이 주제에 적합한 수량과 밀도로 배치되도록 했다. 전시 동선을 따라 고려청자의 역사를 편안한 흐름으로 접하면서도 고려시대의 삶을 엿보는 다양한 주제도 선사한다.

전시품은 파편을 제외하면 60여 점에 불과했던 과거와 달리 국보 11점, 보물 6점을 포함한 160여 점으로 대폭 상향됐다. 초ㆍ중ㆍ고 교과서에 수록된 청자들이 총출동한 만큼 ‘교육’과 ‘감상’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만족시키는 데 주력했다.

전시 디자인은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 용산 이전개관 당시의 구조물을 보완하는 동시에 기존의 벽과 진열장의 색상을 모두 교체해 새롭게 조성됐다.

크기가 작은 유물은 그에 적합한 새 진열장을 도입해 최대한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시 조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는데, 기존의 조명기구를 새로운 타입으로 전면 교체해 청자의 색이 자연 환경에서 발색하는 것과 최대한 가까운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디자인 개선에 주력한 이유는 고려청자 본연의 색을 감상하고 싶은 모두의 바람을 전시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고려청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 더욱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청각자료를 곳곳에 배치해 관람의 만족도를 높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청자실 재개관을 통해 국내외 관람객들이 마치 고려시대를 거닐 듯 고려청자의 뛰어남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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