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천지일보 특별사진전이 전시 중인 가운데 사진을 제공한 정성길 명예관장이 일제 관동대지진 학살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日관람객 “처음 알았고 가슴 아프다, 대신 반성할 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최근 3.1운동과 일본 관동(關東)대지진‧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가 최초 발견되면서 천지일보 특별사진전에서 공개되고 있는 관동(간토)대지진 학살사진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관동대지진 학살사건은 1923년 일본 간토대지진 때 일본 관헌과 민간인들이 수많은 한국인과 사회주의자를 대거 학살한 사건이다. 당시 일본은 자국 내에 일고 있는 사회불안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한국인과 사회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을 퍼트린 뒤 무차별적으로 이들을 학살했다. 이때 한국인 피살자 수는 적게는 6000여 명, 많게는 2만여 명이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이달 18일 개막해 내달 8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천지일보 특별사진전에는 100년 전 우리 근현대사 사진들이 100여 점 전시되고 있다. 이중 사람들의 시선을 더욱 멈추게 하는 사진은 관동대지진 학살 장면이다. 일제의 만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데다 때마침 피살자 명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사진전에서 공개된 관동대지진 학살 사진은 2점이다. 사진에는 셀 수 없을 정도의 시체 여러 구가 담겼고, 학살된 여성들은 모두 하의가 벗겨져 있다. 이는 치욕스럽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다.

이 사진은 정성길 계명대 명예박물관장이 40여 년간 전 세계를 돌며 자신의 사재를 다 털어 직접 수집한 것들 중 하나다. 그가 이같이 수집한 기록사진은 7만여 점이나 되며, 그에게는 아직 세상에 공개하지 않은 수많은 일제만행 증거사진이 있다.

정성길 관장은 “이 간토대지진 학살 사진은 일본의 요시하라 공원에 많은 시신이 쌓여 있는 장면이다. 이 공원은 우리나라로 치면 탑골공원 같은 곳인데, 다른 곳에서 죽은 시신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먼저 언급했다.

이어 “눈여겨 볼 것은 시신들이 대부분 여성들이며, 모두 다 하의가 벗겨져 있고 특히 음부가 심하게 부풀어 있거나 심한 상처가 있다는 점”이라면서 “사진을 보면 일본 자경단들이 죽창과 쇠꼬챙이를 들고 있다. 이는 자경단이 저것을 가지고 한국여성들을 무참하게 음부를 찔러 치욕스럽게 죽인 것”이라고 개탄해 했다.

그는 또 “개중에는 죽은 사람을 저렇게 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법학의학적인 논리로 보면 죽은 사람은 아무리 찔러도 부풀어 오르거나 상처가 심하게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살아 있는 사람을 저렇게 찔렀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아울러 그는 이번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마침 피살자 명단이 발견된 점에 대해 신기해했다. “이번 전시사진에 간토대지진 학살 사진은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막판에 다른 것과 바꿔 넣었다.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이라며 “왠지 당시 억울하게 사살됐던 영령들의 넋이 항변하고자 이같이 되도록 하지 않았나 싶다”고 거듭 놀라워했다.

그리고 그는 “사진 1장이 1천 번의 말보다 위력이 있다. 우리가 실제 일제에게 어떻게 당했는지, 일본은 자꾸 역사를 왜곡하려 하지 말고 자신들의 선조가 우리에게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 사진이 입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마침 한국을 방문해 전시를 관람한 일본인 가수 시라도리 마리아(40대, 여) 씨는 “앞서 서대문형무소에 가서도 우리 선조가 한 일을 보고 큰 쇼크를 받았는데 이번 전시에서 간토대지진 학살사진과 한국인을 처형하는 사진을 보고는 더 충격을 받았다.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같이 온 시미즈(70대, 남) 씨 역시 “우리 일본 조상이 한 행동에 가슴이 무척 아프다. 오랜 세월 살아왔지만, 그동안 몰랐다.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대신 반성할 일”이라며 스스로 미안해했다.

▲ 일제 관동대지진 학살사건 사진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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