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야 어떻게 보든 국회의원들의 제 밥 그릇 찾기는 여전한 모습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가 불합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충청권 여야 국회의원들이 합세하여 ‘국회의원선거구 획정 권한을 국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이관’시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발의 의원들은 충청권(대전·세종·충북·충남) 인구가 호남권(광주·전북·전남)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정수에서 호남권(30명)보다 5명이 작은 25명으로 선거구가 획정된 것은 평등권을 위반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은 2013년 10월말 현재 주민등록인구를 보더라도 일리는 있다. 대전광역시 인구가 153만여 명이고, 광주광역시는 147만여 명인데 국회의원 수는 대전이 6명, 광주는 8명이다. 인구 204만여 명인 충남도는 의원 10명임에 비해 그보다 인구가 적은 전북(187만여 명)과 전남(190만여 명)은 각각 11명이다. 이런 사정이니 해당 의원들이 충분히 들고 일어설 만하다.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선거구 획정은 중요한 민주주의제도 중 하나로 헌법의 가치이기도 하다. 그 기본에서 국민 또는 지역주민의 평등권이 침해받지 않아야 함은 당연한데, 정부나 국회 등 국가기관의 결정과 집행에 있어서는 민주성, 능률성이 감안돼야 한다. 또한 국민에 대한 책임성과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는 사람에 대한 대응성을 확보하는 사회적 형평성(social equity)에도 합당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충청권 의원들은 평등권이나 사회적형평성에 입각하여 지역별 의원 정수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 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국회의원의 특권을 일단 내려놓겠다는 것에 더욱 의의가 있는데, 지구상에서 국회의원 선거구를 국회가 획정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선거구 획정을 직접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하여 국회가 아닌 중립기관에서 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선거구뿐만 아니라 기초지방의원 선거구까지 국회의원들이 정하고 있는바, 지금까지 밀실담합으로 제 밥그릇 챙기기 꼼수를 보여준 좋지 못한 선례들을 국민은 잘 알고 있다. 이번 충청권 의원들의 공직선거법 개정 발의는 우리의 정치문화를 한층 성숙하게 하는 것으로 환영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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