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기록원 박경국 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1운동 시 피살자 명부와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 일제강점기시 피징용(징용)자 명부 등 총 67권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953년 이승만 전 대통령 지시로 조사돼
강제 징용 희생자 22만 9781명 명단 담겨

[천지일보=이혜림·장수경 기자] 3.1운동과 일본 관동(關東)대지진‧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가 최초 발견됐다. 1953년 이승만 정부가 전국적으로 조사한 이 명부에는 우리나라 최초 일제 강제징병자 세부 명단도 포함돼 있어 일제강점기 피해 보상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희생자 명부가 발견됨으로써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원장 박경국)은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1운동 시 피살자 명부와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 일제강점기시 피징용(징용)자 명부 등 총 67권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명부는 지난 6월 주일대사관 청사 신축을 위해 이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국가기록원은 이 자료를 이관 받아 명부별 분석 작업을 거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명부는 1952년 12월 15일 제109회 국무회의에서 ‘3.1운동 살상자, 관동진재 희생자, 제2차 대전 징용‧징병자 사상자수 등을 조사‧집계하라’는 고 이승만 前 대통령의 지시로 내무부에서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작성됐다. 1952년 2월 제1차 한일회담이 결려된 이후 1953년 4월 제2차 한일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록원은 설명했다.

▲ 국가기록원 박경국 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1운동 시 피살자 명부와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 일제강점기시 피징용(징용)자 명부 등 총 67권을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름‧나이‧주소 등 자세히 기록
이번에 발견된 ‘3․1운동 시 피살자명부’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최초의 명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명부는 1권 271매에 지역별로 모두 630명의 희생자가 실려 있으며 읍, 면 단위로 이름과 나이, 주소, 순국 일시, 순국 장소, 순국 상황 등이 자세히 기록됐다.

지금까지 어떤 명부도 발견되지 않아 그동안 3․1운동을 하다 순국한 독립유공자의 공식적인 수는 39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독립유공자수는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진재 시 피살자 명부’에는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 희생된 한국인의 이름과 본적, 나이, 피살 일시, 피살 장소, 피살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또 사망 원인 중 일부는 ‘지진으로 사망’ ‘경찰서 유치장 등에서 순국’ 등으로 돼있으며 학살방식도 피살, 타살, 총살 등 자세하게 기록돼 있다.

공개된 관동대지진 희생자 명부는 1권 109매이며 총 290명의 명단이 기록돼 있다. 관동대지진 당시 한국인 피살자 수는 적게는 6000여 명, 많게는 2만여 명이 학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희생자 명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 합천군에서는 두 살배기 아기 등 일가족 4명이 모두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일정 시 피징용(징용)자 명부’에는 지금까지 작성된 피징용자 명부 중 가장 오래된 원본 기록으로 65권 22만 9781명의 명단이 담겼다. 그동안 정부에서 보존하고 있던 ‘왜정시피징용자명부’에는 생년월일과 주소 등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피해자 판정이 어려워 우리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피징용(징병)자로 인정된 숫자는 16만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일정 시 피징용(징용)자 명부’에는 생년월일, 주소 등이 포함돼 있어 피해자 보상심의를 위한 사실관계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록원은 내다봤다.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앞으로 이 자료를 사본으로 제작해 국가보훈처 등 관련부서에 제공해 독립유공자 선정과 과거사 증빙자료로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개인 명부별로 세부사항을 정리해 2014년 초부터 일반국민들이 열람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보상 이뤄져야…”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희생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면 서울대 명예교수는 “역사적인 자료가 발견됨으로 그동안 일본이 숨기고 있던 것이 만 천하에 드러났다”며 “일본정부는 더 이상 관동대지진 학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들에 대한 처우문제, 명예회복 등 보상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정부도 일본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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