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에 접어든 우리 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아들과 딸, 즉 성별에 따라서 두드러지는 차이가 나타나는 시기다. 따라서 아들과 딸의 심리에 대해서 부모가 잘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아들의 사춘기를 살펴보자. 첫째, 아들은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다. 대개 비슷한 성향, 취미,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들끼리 또래 그룹을 형성한다. 남자 아이들은 그룹 내에서 서열이 매겨지는 경우가 많고 친구들끼리는 무조건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감정을 억누르려 하는 경향이 있다. 감정 인지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확장되고 정교해진다. 상대적으로 남아는 여아와 비교했을 때, 감정 인지 능력이 부족하다. 남자다움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생물학적 특성이 영향을 미친 까닭이다.

셋째, 여자 아이에 비해 거칠고 과격한 행동을 한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또는 안드로겐)’이 많이 분비되는 탓이다. 청소년기에는 충동 조절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감정을 행동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넷째, 성적 욕구와 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이는 여자 아이들도 마찬가지만, 성적 욕구에 대한 느낌은 훨씬 더 높다. 여자 아이들은 주로 성적 욕구보다는 이성에 대한 관심 정도에 그친다.

다섯째, 성취욕을 갖기 시작한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모두 성취욕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남자 아이가 성취욕을 가지는 동기는 여자 아이와 조금 다르다. 남자 아이는 남들과 경쟁하는 호전적 성향을 보인다. 또, 또래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이나 가치를 추구한다. 그것은 공부, 게임, 운동을 할 때 흔히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에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음으로 딸의 사춘기를 들여다보자. 첫째, 친구 관계에 매우 민감하다. 청소년기에는 친구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부모보다 친구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친구 간의 의리, 집단의식이 분명하게 자리 잡기 때문이다. 여자 아이들의 친구 관계는 다양한 감정이 뒤섞여 형성된다. 친밀감과 배려, 질투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그룹을 형성한 친구 간에도 갈등과 다툼이 일어난다.

둘째, 반항심을 갖는다. 스스로가 주체로 인정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에서 자신의 생각이 무시된다고 느껴질 때, 반항이 더욱 심해진다. 이 또한 남자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여자 아이들은 거칠고 과격한 행동보다는 쏘아붙이거나 신경질적인 말투로 나타난다. 특히 자신이 사랑과 존중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는 여자아이들에게서 훨씬 더 분명하고 강렬하게 보인다.

셋째, 비밀을 간직하고 싶어 한다. 여자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신체 변화를 감추려고 한다. 아이에서 성인으로 변하는 과정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넷째, 감수성이 예민해진다. 여자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감성적이고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차려 배려하는 반면, 감정에 휘둘려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슬픔’에 약한 것이다.

다섯째, 눈에 보이는 화려함에 열광한다. 청소년기에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의 기능이 발달한다. 여아들이 아이돌 스타에 열광하고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자 아이의 경우, 성취 지향적인 경향이 강해 일의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여자 아이는 눈에 보이는 당장의 결과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향이 있다. 또, 남자 아이들은 논리적, 공감각적인 특성이 있고 여자 아이들은 감정적이고 세심한 특징을 갖고 있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서 이렇듯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서 아이 개개인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부모는 사춘기 아이의 가장 큰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 남아와 여아 모두에게 강조해야 할 점은 이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이성에 대한 혐오, 무시, 편견 등이 생겨나지 않도록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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