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ㆍ장년층 전용 금융상품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꽃보다 할배’가 올해의 히트 트렌드 중 하나로 꼽혔다. 이는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평균 76세 할아버지들의 배낭여행을 소재로 다뤄 큰 인기를 끌었던 예능 프로그램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3일 ‘꽃보다 할배, 조용필의 바운스(Bounce), 제습기, 4.1 부동산대책’ 등을 올해의 히트 상품 및 트렌드로 꼽았다. 임은혜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고령 인구 비율 증가로 사회 문화의 주도층이 기존 20~30대 젊은 층에서 노년층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권이 최근 베이비부머 등 시니어세대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시니어(senior)는 보통 50세를 넘은 어르신을 말한다. 특히 액티브시니어는 은퇴 이후에도 소비·여가생활을 즐기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은 여유 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경기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문화활동을 즐기는 만큼 금융권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 60세 이상 고령층 예금은 지난 6월 말 현재 전체 예금의 34.8%(약 257조 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대의 인구비율이 17%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금융자산 비중이 매우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권의 큰손으로 부상한 시니어고객을 잡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관련 금융상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이 가운데 이미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품도 있다. 농협은행이 내놓은 ‘내생애 아름다운 정기예·적금’은 지난 5일자로 10만좌를 돌파했다. 8일까지 10만 9113좌, 1조 3768억 원이 판매됐다. 이는 지금까지 출시됐던 농협은행 수신상품 중 역대 최단기 실적이며, 각종 수신상품 판매실적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특히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을 보면 45~60세 고객이 약 1800만 원, 45세 이하 고객이 약 800만 원으로, 실제 시니어세대들의 자산규모 및 저축여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내생애 아름다운 예·적금이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시니어고객 우대금리, 조손 동시 가입 시 우대금리 제공은 물론, 시니어층에 필요한 재무상담 서비스, 재해사망 보장, 장례할인 서비스 등을 부가적으로 제공해 호응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은퇴설계 상담 등 시니어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분주하다. 실제 지난달 25일 국민은행이 개최한 ‘KB골든라이프 행복노후설계 세미나’에는 300여 명의 고객이 몰렸고, 17일 농협은행 NH은퇴연구소가 개최한 ‘NH-행복찾기 2013 은퇴설계 콘서트’에도 400여 명의 고객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시니어고객을 위한 스마트폰뱅킹 서비스도 출시됐다. 기업은행은 기존 스마트뱅킹의 복잡한 기능을 단순화하고 글자 크기를 확대하는 등 중장년층 및 저시력 고객이 스마트폰뱅킹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13일부터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각종 거래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도 있다.

시니어고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문화와 여가생활 지원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악기상가 거리에 ‘추억더하기 카페’라는 은퇴자 전용카페를 열었다. 카페는 70년대 음악다방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김종준 은행장은 “하나은행이 100세 시대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개점했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자사의 국민연금증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내달 14일 열리는 ‘조용필 Hello 콘서트’에 총 300명의 고객을 초대한다. 국민연금 수급자임을 확인하는 신분증 기능이 있는 신한 국민연금증카드는 쇼핑 및 의료업종에서 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은 물론 대중교통, 주유, 보청기 등의 가맹점에서도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최근 실버 세대들의 금융 니즈가 커지면서 이러한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시니어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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