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부활을 꿈꾼다

▲ 정림사지5층석탑. 국보 제9호로 익산 미륵사지 석탑과 함께 2기만 남아있는 백제시대의 석탑이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복한 후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는 뜻의 글귀를 탑 기단에 새겨져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모든 일에는 조짐이라는 것이 있다. 문제는 그 조짐을 읽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인데 사심에 사로잡혀 있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백제는 망하기 1년 전까지도 정복전쟁에 여념이 없었다. 망할 수도 있는 조짐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승승장구의 이면에는 방심과 안일, 자만이라는 감정들이 슬그머니 자리 잡기 시작한다. 연일 승전보를 울리며 빼앗긴 땅을 되찾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급변하고 있는 국제정세를 소홀히 여겼던 것은 아닐까.

만약 의자왕이 좀더 몸을 낮추고, 생각을 낮춰서 노련한 김춘추의 외교술을 읽어냈다면, 초강대국 당나라의 입장 변화에 촉을 세우고 유연하게 대응했다면 판세는 바뀌었을 것이다. 의자왕이 ‘강대국과 맞붙었다간 하루아침에 망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못이기는 척 신라 공격을 잠정 보류했더라면 멸망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비켜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주 부여에서 출발해 한강에 뿌리를 내리고 국가터전을 세웠던 백제, 700년의 오랜 역사 속에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강성했던 백제는 결국 외교실책으로 멸망했다고 조심스레 단언해 본다. 그리고 승자의 집권으로 백제는 ‘삼천궁녀 의자왕’과 같이 왜곡되거나 그 흔적들이 사라져버렸다. 땅속에 묻혀 말이 없는 나라.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백제의 부활을 기대하며 오늘날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외교정책에 눈길을 돌린다.

박미혜/ mee@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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