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호군 조호군한의원 원장

 
최근에 불면증 환자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으며 수면제에 의존하여 이를 해결하려는 경우도 많이 있다. 저희한의원에서는 불면증이 있다고 해도 수면제를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우선 자연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해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머리맡에 전자파를 발생시키는 전기기구 등이 있으면 뇌기능에도 매우 안 좋고 정상적인 수면도 방해하므로 이러한 기구들로부터 최소한 머리가 2.5미터 떨어지도록 권유하고 있다. 그리고 방의 전기코드를 전부 빼고 잠자리에 들기를 권장한다. 낮 시간 동안에 햇볕을 쪼이면 저녁시간대의 수면에 도움이 되며, 저녁시간대에 컴퓨터작업이나 핸드폰 등을 멀리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저녁시간대의 심한 운동은 숙면을 방해한다. 취침 전에 칼슘, 마그네슘, 엘트립토판, 발레리안 등의 약재도 도움이 되며 식생활에서 커피, 밀가루음식, 튀긴 음식, 설탕 등을 피하고 건전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떤 분들은 수면을 대충 쉽게 생각하고 잠을 적게 자도 인체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큰 착각이다. 하룻밤 숙면을 못해도 그 다음날 기억력, 집중력 등이 현저히 감소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감소하고 작업능률도 떨어진다.

인간은 왜 잠을 자야만 하나 하는 점은 의료계에서 아직도 명쾌하게 그 답변을 준비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 로체스터 의학대학에서 메이켄 박사(Dr. Meiken Nedergaard)를 필두로 한 연구진에서 재미있는 발표를 하였다.

숙면을 취하게 되면 심장, 혈액순환, 면역기능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부분이다. 숙면을 못하면 여러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숙면을 하면 이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다. 하지만 메이켄 박사는 숙면이 뇌기능 자체에 매우 중요하다고 발표하였다.

인체에는 림프계의 순환이 있어서 이를 통해 신진대사 후에 발생하는 ‘찌꺼기’ 혹은 ‘부산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경로로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뇌에는 림프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두뇌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찌꺼기’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메이켄 박사는 숙면을 취하게 되면 뇌세포의 부피가 낮 시간대에 비해 약 60% 정도로 감소한다고 한다. 이럴 경우 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에 좀 더 많이 분포하게 되며 이들이 뇌세포 내외로 이동하면서 세포 내의 부산물이나 찌끼를 세포 외의 공간으로 훨씬 잘 걸러낼 수 있는 결과를 보인다. 총체적으로 이러한 배출작용이 낮 시간대에 비하여 숙면 시에는 약 10배 정도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처럼 뇌척수액으로 이동한 ‘찌꺼기’는 다시 혈류와 뇌척수액의 연접부위를 통해 혈액으로 이동하여 간이나 신장 등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다. 이러한 과정은 림프계가 존재하지 않는 뇌에서 여러 가지 불필요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켄 박사의 설명에 따르자면, “예컨대 우리가 집에서 여러 명의 손님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연다고 할 때 파티를 하는 동안에는 온 집안에 손님이 넘치고 왁자지껄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한다. 그러다가 손님들이 떠나고 집안에 주인만 남제 되면 주인은 음식쓰레기를 정리하고 테이블 탁자도 원래위치로 돌려놓고 청소도 해야 한다.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이다. 낮 시간 동안에는 뇌세포의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밤에 잠자는 동안에는 낮 시간대의 활동으로 인한 부산물, 쓰레기 등을 처분해야 한다. 아쉽지만 이 두 가지 작업은 동시에 이루어질 수가 없다. 우리가 손님접대하면서 동시에 집안청소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발견한 이와 같은 뇌의 기능은 속칭 ‘더러워진 뇌(dirty brain)’로 인해 발병하는 알츠하이머치매 등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예방 및 치료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beta)도 위에서 언급한 과정을 통해 체외로 배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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