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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사이에서 입소문 나며 매입시장 성황
소비자 vs 삼성전자, 엇갈린 입장차로 충돌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깨진 액정도 돈이 되는 시대다. 파손된 휴대폰 액정을 되팔 수 있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깨진 액정 매입 시장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간 못 챙겼던 권리를 찾고 교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제조사들은 불법 유통을 우려하며 속을 태우고 있다.

◆“깨진액정 매입, 하루 8000개 이상”

이제는 파손된 액정을 산다는 내용의 전단을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에서도 깨진 액정의 인기는 대단하다. 검색창에 ‘깨진 액정’만 쳐도 이를 최고가에 매입한다는 사이트 수십 개가 검색될 정도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액정은 LCD나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에 강화유리가 덮여있는 구조다. 액정이 깨졌다고 말하는 대부분은 디스플레이를 덮고 있는 강화유리만 깨진 경우다. 때문에 중국이나 홍콩 등 중고 부품사업자들은 이를 사들여 유리만 교체한 후 중고부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에게 깨진 액정을 공급하는 국내 액정 매입업체는 초반 대구와 부산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늘어난 상태다. 온라인에서만 40여 개 업체들이 활동 중이다. 이들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는 액정들은 하루 평균 최소 8000개에서 수만 개에 달한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작은 매장은 하루 평균 200여 건, 규모가 큰 사업자는 1000건 이상의 매입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매입 업체가 늘고 액정을 파는 소비자도 늘다 보니 최근에는 매입 단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한 달 전만 해도 5~6만 원에 거래되던 갤럭시S3 액정은 한 달 새 4~5만 원까지 떨어졌다. 매입 시세 변동 주기도 빨라졌다. 지난달까지도 2주에 한번 꼴로 바뀌던 매입 단가는 현재는 금 시세처럼 매일 바뀌고 있다.

◆가짜 휴대폰에 쓰일까 ‘전전긍긍’

의아한 것은 사업자들은 오직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제품의 액정만 매입한다는 것이다. 갤럭시 시리즈는 LCD가 아닌 아몰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AM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데 저렴한 중고 아몰레드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개월 전부터 깨진 액정 매입 사업을 시작했다는 리퍼모바일 심민호(40) 대표는 “LG전자나 팬택이 사용하는 LCD는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싼 가격에 들여올 수 있다”며 “하지만 아몰레드 중고 액정은 비싸서 중국의 사설 수리업체들이 한국을 통해 이를 공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액정을 팔려는 사람이 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교체 후 버려지는 불량부품은 회수를 원칙으로 하는 사업자와 불량제품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비자 간 승강이가 벌어지는 것.

조현남(가명, 23) 씨는 “지난주 갤럭시노트1 액정이 파손돼 교체 후 파손된 액정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직원과 승강이를 벌여야 했다”며 “삼성은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있는 파손액정을 고객의 허락도 없이 수리해 중고 부품으로 판매하면서, 소비자가 판매하는 건 막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오히려 파손된 액정이 재생이 가능할 경우 고객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교체 비용을 할인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측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 관계자는 “문제는 액정이 중국이나 홍콩 등으로 건너가 가짜휴대폰을 만드는 데 사용되면서 2‧3차 피해를 낳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불량부품 회수를 권고하고있는 것이고, 그럼에도 요청하는 고객에게는 부품을 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고객들의 항의로 현재는 액정 교체비용도 전체적으로 내린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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