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범, 돌아오면 해결되나? 영양가 없는 팬들 행동 ‘안타까움만’

지난 5일 7인조 남성그룹 2PM 리더 박재범이 미국판 싸이월드인 ‘마이스페이스’에서 한국을 비하했던 글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이에 재범은 곧바로 4년 전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 생각 없이 했던 말이라며 거듭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이미 배신감과 실망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팬들과 네티즌들의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점차 거세진 네티즌들의 항의는 지난 8일 재범의 팀 탈퇴를 선언하게 했고 그는 당일 가족이 있는 미국 시애틀로 돌아갔다.

 

“재범 탈퇴 철회” “재범 돌아와” “같이 걷자” “네가 필요해” “재범아 보고싶다” “7=1”

지난 13일 오후, 서울 청담동 JYP엔터테인먼트 본사 앞 도로에서 ‘재범 탈퇴 철회’를 요구하는 2PM 팬클럽 2천여 명이 ‘침묵시위’를 벌였다. JYP에 보이콧을 선언한 후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날 집회에 모인 인원은 처음 알려졌던 5백여 명보다 4배나 많은 수가 모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들은 검은색 티셔츠와 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재범 탈퇴 철회’가 적힌 플래카드와 배너를 들고 조용히 시위를 진행했다.

당일 대표자는 그간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던 탄원서와 성명서를 소속사에 전달하고 JYP 소속가수 CD를 반환하는 등 당찬 결의를 보였다. 당초 4시간의 시위를 예상했던 팬 연합은 사태 수습을 위해 투입된 경찰과도 별다른 마찰 없이 시위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경 자진 해산했다.

현재까지 팬 연합은 카페를 중심으로 총 4만여 명의 팬들이 온라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사(思)년, 사(死)일’이라는 포스터를 직접 제작해 서울 주요 번화가에 부착하는 등 재범의 복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 14일 일간지 지면에 실린 2PM 재범 탈퇴 철회 광고. ⓒ천지일보(뉴스천지)

 

이와 관련 지난 14일, 일간지 1면에 ‘재범 탈퇴 철회’를 요구하는 광고가 실려 화제에 올랐다. 광고에는 ‘4년의 기다림, 1년의 비상(飛上) 그리고.. 단 4일만의 추락(墜落)’이라는 제목으로 5년간의 모국 생활에 대한 재범의 변화를 설명하며 ‘아직 배우고 채워나가야 할 것이 많은 청년, 박재범. 그가 대한민국에서 다시 비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같은 팬들의 행동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7월 31일 5인조 남성그룹 ‘동방신기’ 3인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을 낸 적이 있다. 이에 동방신기 80만 팬으로 구성된 ‘카시오페아’가 일간지 1면에 ‘노예계약’에 관한 1차 광고를 냈다. 지난 10일에는 같은 곳에 ‘동방신기는 인격권과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문구로 2차 광고를 내며 팬들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팬들의 행동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일반인들이 가수 팬들에게 가지고 있는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방적인 팬심이 아닌 분석적이고 성숙한 팬들의 행동방침이 구체화 되면서 이들을 지켜보는 가요계 소속사들은 어떠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PM 팬 연합은 이번 ‘침묵시위’와 ‘지면광고’를 통해 앞으로 전개될 재범사태 결론에 대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재범 복귀…우리 사회 상징적 의미, 키포인트는 ‘대중’

▲ ⓒ천지일보(뉴스천지)
재범의 미국행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했다. 마녀사냥에 희생양이라는 말이 오가면서 재범 사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

지난 11일 SBS ‘시사토론’에서는 JYP 소속사를 전격 비판했던 변희재 미디어워치 공동대표와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 탁현민 대중문화평론가 등이 출연해 재범 사태에서 볼 수 있는 사회 현상에 대해 꼬집었다. 이에 팬들은 “재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입장을 보이며 방송 전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지난 12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 인터넷 언론 기자가 출연해 재범을 둘러싼 대중들의 지나친 대응과 언론의 지나친 확대 재생산, 선정성 등을 꼬집어 내기도 했다.

이날 출연한 기자는 “그의 복귀 여부가 우리 사회에 상징적 의미가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다른 입장을 취한 개인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 지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재범의 복귀를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재범의 이번 사태는 연예계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로 해석된다. 단순히 한 외국인이 한국을 비하하고 자기네 땅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라면 이렇게 문제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대중들의 지나친 반응과 언론인들의 확대 재생산으로 생긴 일인 만큼 이번 사태는 사회 분위기와 대중 여론이 가장 큰 키포인트가 된다. 지난 8일 전격 탈퇴를 선언하고 한국을 떠난 재범의 복귀 여부는 수많은 팬들과 힘 있는 소속사가 아니라 ‘대중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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