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직접민주주의 제시
우리나라에서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된다면? 14일 이 같은 물음에 간접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글로벌 포럼이 열렸다.
‘현대직접민주주의 글로벌포럼’이라는 주제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가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아시아·유럽·중남미·북미 등 세계 20여 개국의 정치·경제 전문가들이 참여해 한국형 직접민주주의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 도입된 적이 없는 직접민주주의는 최근 ‘국민발안’이라는 제도로 그 실현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날 발제에 참여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직접민주주의를 ‘세계적 과제’로 설정하면서도 아직 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함세웅 신부 역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아직 직접민주주의의 핵심적인 내용인 국민발안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소환이나 주민투표가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직접 민주주의를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 지나치게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는 소수의 권력가들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독점하는 데 문제와 한계점이 있다”며 “성서나 선조들의 말씀에도 ‘백성들의 소리가 하나님의 소리’라고 했다. 우리 모두의 뜻이 바로 하늘의 뜻이고 그것이 우리의 좌표”라며 국민들의 희망을 쌓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이미 직접민주주의를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 잘 갖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마이크 그라벨 전 미국 상원의원은 “한국인들은 직접민주주의의 개념을 받아들이기에 적격”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헌법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민주적 헌법’임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헌법은 정부의 정치권력 원천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미국보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훨씬 더 민주주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라벨 의원은 “만약 대다수의 한국 시민들이 국민발의를 제정하도록 투표한다면, 한국은 국가적 발의에 대해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는 국민투표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항이 주민투표에 부쳐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으로는 지방자치차원의 주민참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밖에 ▲시민단체들의 협력 ▲관료나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참여에 관심을 가질 것 ▲주민소송제도의 간소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포럼에는 브루노 카우프만(유럽주민발안과국민투표기구) 대표, 테오 쉴러(독일 마브로그 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 조 매튜(새로운미국재단)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