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종교문화비평학회 2013년도 하반기 정기 심포지엄’이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주관으로 오는 30일 오후 2시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린다.

종교는 사유와 관념 체계만이 아니라 우리 몸을 통해 직접 느끼고 행하는 실천이다. 그래서 종교연구에서도 단지 텍스트와 교리, 관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 몸, 장소, 일상생활과 물품, 대중 매체 등 종교의 물질적 차원에 주목하는 연구가 최근 들어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감각의 종교학’이라는 이름으로 종교현상의 감각적 차원을 전면적으로 고찰한다.

종교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종교를 하나의 사유체계로 상정하고 그 구조와 본질을 논하는 담론에만 치중하다 보면, 종교가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체화된 경험이나 느낌과 이를 가능케 하는 매체로서의 몸, 감각, 이미지 등은 간과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종교적 경험이 이루어지는 인간의 몸과 생생한 감각들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될 논문들은 고·중세 그리스도교, 티베트 불교, 현대 영화, 생태 의례, 사이버 의례 등 다양한 종교전통과 종교현상을 다루고 있다. 총 6편의 관련된 논문이 발표된다.

첫째, 고대 그리스도교를 다룬 논문은 단순히 이미지를 둘러싼 성상파괴, 성상옹호 논쟁을 넘어서 그리스도교 주체의 형성 과정에서 시각적 신심(visual piety)의 역할에 주목해보는 글이다.

둘째, 중세 그리스도교를 다룬 논문은 특히 중세 후기에 유행한 ‘열리는 성모상(Vierge ouvrante)’과 제단화를 중심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물질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셋째, 티베트 불교의 감각적 차원을 다룬 논문은, 탄트라 불교 수행에서 행해지는 감각기능을 활용한 시각화 명상 (visualization meditation)의 구체적인 양상과 내용, 의의 등을 조명해 본다.

넷째, 일본 영화감독 소노 시온의 영화를 다룬 논문은, 라깡의 ‘응시’ 개념을 중심으로 소노 시온의 영화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영화의 감각적 측면과 ‘종교로서의 영화’의 측면을 함께 고찰해보는 연구이다.

다섯째, 생태의례를 다룬 논문은 생태운동 현장에서 행해지는 의례의 수행적 차원과 감각적 차원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현장성과 몸의 경험, 환경과 의례참여자와의 상호작용적인 측면을 조명하는 글이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의례에서의 감각을 고찰하는 논문은, 한국의 불교 사찰, 단체가 제공하는 온라인 의례의 콘텐츠를 분석함으로써 전통적 불교의례가 사이버 공간에서 어떻게 재구성되고 감각이 재배치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연구다.

종교문화비평학회는 “다양한 시대, 다양한 종교현상의 감각적 차원과 그 종교 문화적 의미를 검토해보는 이번 심포지엄이 감각의 공동체로서 종교를 논의해보는 소중한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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