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이슬람권에서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살해당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예멘과 이집트, 요르단 등 이슬람권에서는 정조를 잃은 여성 또는 간통한 여성들을 상대로 가족이 해당 여성을 살해하는 일명 ‘명예살인’ 관습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고 있다.

CNN에 따르면 예멘 남부 타이즈주에서는 약혼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로 15살 딸을 불에 태워 죽인 아버지가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예멘 일부 지역에선 혼인 전 남녀의 접촉을 금지하는 부족사회 관습이 있다.

또 예멘 남부 아덴시에서는 결혼에 반대하는 가족으로부터 도망쳐 연인과 결혼한 20대 여성이 오빠와 남동생 등 형제 4명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누이가 부모의 허락 없이 결혼해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범행동기를 진술했다.

예멘은 명예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국가로,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차별지수 보고서’에서 성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로 꼽혔다.

예멘의 여성들은 부당하게 명예살인을 당해도 관용적인 형법 때문에 가해자는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현지 아동인권운동가 아흐메드 알 쿠레시는 “대부분의 명예살인은 부족법이 적용되는 시골 지역에서 벌어지며 제대로 신고조차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명예살인 문제를 더 심각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에서도 지난 5월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며 모녀 3명이 친척 남성들에 의해 명예살인을 당했다. 파키스탄에서도 지난 7월 10대 자매 2명이 빗속에서 춤추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었다는 이유로 자매와 어머니가 살해당했다.

요르단에서도 매년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까지 명예살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영국 케임브리지대 범죄학 연구소가 요르단의 15세 남녀 청소년 85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3.4%가 명예살인에 동의한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마누엘 아이스너 교수는 “요르단처럼 현대화된 국가에서도 교육수준이 낮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명예살인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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