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경기도 연천군 아미리에 가면 굽이치는 임진강 언저리에 숭의전(崇義殿)이라는 문화 유적지가 있다. 그곳 주변은 오염되지 않은 휴전선이 가까워 경치가 아주 절묘하게 빼어난 곳이 많다. 세계적인 석기시대 아슐리언 전곡 유적지와 고려시대의 전략 요충지인 호로고루성도 바로 인근에 있다.

뜻 깊고 다양하게 분포된 유적지 가운데 숭의전은 단연 으뜸으로 잘 보존된 곳이다. 숭의전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최초에 고려 태조 왕건의 전각을 세웠고, 정종 임금 원년에 고려 임금 일곱(혜종·정종·광종·경종·성종·목종·현종) 분을 합한 위패를 모신 곳이다.

그러나 숭의전은 일반적으로 조선의 태조가 고려 태조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세웠다고 알려져 왔다. 마치 고려와 조선의 두 왕실 관계가 역성혁명(易姓革命)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었다. 침략 일본은 우리 조선의 시대사를 젊은이들에게 끈질기게 왜곡된 교재로 교육시켜 오염된 역사의식을 심어 주었다. 숭의전은 한 예에 불과하다. 우리는 현재까지도 침략 일본이 왜곡시킨 역사를 무비판으로 수용하여 덧없는 시간만 보내 왔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은 일제가 그동안 고려와 조선시대의 왕실관계만 유독 ‘역성혁명’이라고 강조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조작한 역사서에는 태봉국(궁예)이나 통일신라(경순왕)와 고려(왕건)와의 갈등에 대해 전혀 문제없이 권력 이양된 것처럼 기록이 되어 있다. 우리는 일제가 그렇게 왜곡시킨 역사를 지금도 수용하고 있는 것이 많다. 그들이 왜 고려와 조선 두 왕실의 관계만 뚜렷하게 대비시킨 것일까.

일본은 조선의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왜곡시키는 세뇌 교육뿐이었다.

지금부터라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일본이 왜곡한 우리의 역사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해석해야만 옳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침략기 동안 오로지 조선에 대해 비방하고 격하시키는 일념으로 철저하게 교육을 해왔었다. 예를 들면, 태종(이방원) 임금을 극도로 비방하면서, 나쁜 짓으로 탄생된 왕조이므로 일본이 침략하여 바로잡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는 엉터리 논리를 펼친 것이다.

숭의전은 ‘의(義)를 확실하게 받들어 숭(崇)한다’는 참뜻이 담겨 있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까 조선 개국은 일제가 왜곡시킨 역성혁명이 아닌 고려를 예우하여 정치적으로 원만하게 승계된 정치제라는 깊은 뜻을 증명한 것이다. 광화문 네거리에 우뚝 솟아 있는 영웅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건립한 깊은 뜻처럼 조선왕조 때 세워진 숭의전의 참뜻도 바르게 해석되기를 바란다. 일본이 의도적으로 오염시켜 놓은 우리 역사의 폐해를 당장 바로 잡아야 옳다. 그 일은 학자들의 몫이다. (참조-일월오악도. P22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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