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프티켓 김민영 대표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하프티켓 김민영 대표

공연 초대권 폐해 바로잡고자
할인 티켓 판매 사이트 운영

한 장 판매 시 200원씩 기부
결식아동에 공연관람 선물도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가을볕이 유난히도 좋은날 대학로 공연예술의 상징 마로니에 공원에서 그를 만났다.

그 앞에 붙은 수식어는 다양하다. 공연 제작자, 공연 연출자, 이벤트 기획자 등 여러 가지 얼굴을 갖고 있지만, 그를 제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수식어는 ‘하프티켓 대표’이다.

하프티켓 김민영 대표는 가슴 속에 하나의 꿈을 품고 5년간 평범하지만, 비범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하프티켓은 온라인 티켓 예매처로 공연티켓 값을 절반 가격으로 판매하는 사이트다. 2008년 여름 지인을 통해 공연계 초대권 문화의 폐해를 알게 된 김 대표는 질서를 바로잡고자 하프티켓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값을 치른 것에 대해선 무엇이든 얻어가려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초대권 문화가 난무하면서 공짜티켓으로 공연을 관람하다 보니 관람객의 태도도 미성숙했고 동시에 공연의 가치도 떨어뜨린다는 걸 알게 됐죠.”

이에 김민영 대표는 초대권 문화를 없애고 관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공연을 제공해 공연문화에 생기를 불어넣고자 지금까지 그 뜻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하프티켓을 운영하면서 단순히 착한 가격에 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연문화에 ‘기부’라는 아이콘을 접목했다.

그 첫 번째 시작이 굿네이버스 ‘100원의 기적’ 기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하프티켓 회원이 티켓 1매 구매 시 공연제작사에서 100원, 하프티켓에서 100원을 적립해 총 200원의 후원 금액을 ‘100원의 기적팀’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하프티켓에서 공연티켓을 구매하면 회원들이 따로 후원하지 않아도 공연을 관람하는 동시에 이미 생명을 구하는 기적에 동참하게 된다”며 “절반 가격에 공연도 관람하고 또 그 이상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따금 두 딸을 데리고 공연을 본다. 그러던 어느 날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한 번도 공연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부터 결식아동을 대상으로 공연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연필 한 자루, 공책 한 권을 주는 것보다 좋은 공연을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공연을 본 후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제겐 큰 기쁨이에요.”

김 대표는 2009~2012년까지 기회가 닿을 때마다 100여 명의 결식아동을 모아 이 행사를 꾸준히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더 심각해진 적자난에 행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김 대표는 포기를 모르고 확신을 가진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와 얘기를 나누며 김민영 대표 앞에 붙은 다양한 수식어는 바로 이 확신을 지키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됐다.

“하프티켓을 연 이후 적자가 아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도 초대권 문화를 없애고 공연문화를 살리고자 했던 다짐을 지키기 위해 공연 제작ㆍ연출일도 하고, 이벤트 기획 아르바이트도 틈틈이 하며 모은 수익으로 하프티켓을 운영하고 있어요.”

누가 시키지도 등 떠밀지도 않았다. 오히려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 그 길을 가느냐’고 말려보지만, 그는 오늘도 꿋꿋하게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에 주위 사람들에게 김 대표는 ‘고집불통 기부천사’로 통한다.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고, 기업이 잘 되면 그때 해야지’라고 생각하면 영원히 못 할 것 같아서 힘들어도 일단 시작했어요. 주위에서 돕는 손길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어 희망이 보입니다.”

그는 이렇게 녹록지 않은 살림살이를 꾸려가면서 또 다른 기부 아이콘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정말 못말리는 고집불통이다.

김 대표는 “신발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집에서 신지 않는 신발을 갖고 오면 공연 티켓이나 대학로 음식점 할인쿠폰과 교환해주는 등의 ‘신발 프로젝트’로 공연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공연이벤트를 계획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가슴 속의 꿈을 품고 사는 김민영 대표. 몇 년 후 그 꿈을 이루고 행복해할 그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 가을이 깊어갈수록 여기저기 물들어 가는 단풍처럼 김민영 대표의 공연문화에 대한 사랑이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물들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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