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님, 우리 집에 갑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멀쩡하게 일어난 그가 말했다. 한한국은 솔직히 또 어떤 일에 휘말릴게 될지 걱정부터 앞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하도 잡아끌어서 순천향병원과 가까운 그의 집에 갔더니, 생명의 은인에게 선물을 해야 한다면서 그가 SBS TV ‘도전 1000곡’ 왕중왕전에서 받은 트로피에 직접 사인을 해주었다. 이런 소중한 것을 가보로 삼아야지 왜 내게 주느냐고 했더니 그가 대답했다.

“내 마음이고 증표이니 아무 소리 말고 받으세요.”

그러고는 아직 은혜를 갚긴 부족하다며 이번엔 꽃이 피어 있는 수석인 화석(花石)을 선물로 주었다. 한한국은 두 가지 선물을 받고, 그에게 집에 잘 보관하겠으며 돌꽃 같은 마음으로 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탁 풀리며, 이틀 사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 그만 탈진하고 말았다.

“내가 저승까지 갔다 왔십니더! 들어보실라예?”

그가 KBS 가요무대에 녹화하러 가서 함께 출연한 동료가수에게 바로 어저께 일어난 사건을 공개하니까, 모두들 크게 놀라며 어떤 여자가수는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그중 한 선배 가수가 그에게 말했다.

“보레이! 생명줄 놓지 않은 것만 자랑 말고 은인줄도 놓지 말그레이!”

그날 저녁에 그에게 또 만나자는 전화가 왔는데, 아내와 함께 나오기 힘들면 혼자라도 나오라는 것이다.

“한 작가님 매니저랑 동생에게 얘기하니까 이건 정말 특별한 인연이니 어서 언약식을 하라고 난리지 뭐요.”

한한국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약속장소로 가는 사이,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이태원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한한국을 맞이할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한국이 도착하자 그가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한 작가님, 우리 이곳에서 공식적으로 의형제를 맺읍시다. 피를 나눈 형제보다 목숨을 구해 준 인연이 더 소중하지 않소! 나도 ‘잃어버린 30년’을 부른 통일가수이고 한 작가님도 통일지도를 그린 작가니, 우리가 함께 나라와 민족을 위해 손잡고 나가봅시다. 내가 나이가 많으니 형님을 하고 한 작가님이 어리니까 아우를 하면서 평생토록 같이 가는 겁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죽다가 살고 살다가 죽을 뻔한 인연으로 의형제가 되어, 지금까지 친형제보다도 더욱 돈독한 우애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동생, 배고파! 제수씨, 밥 좀 해놓고 기다려 주세요, 곧 갈게요.”

그가 거리낌 없이 한한국의 집을 드나들 만큼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서로의 행사나 공연에 꼭 참석하여 축하와 격려를 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한한국이 그의 별장에 갔을 때 햇살이 잘 비쳐드는 정남향 침실 벽에 걸 작품을 부탁했었다. 한한국이 그에게 써준 글자는 ‘光’ 자였다. 이는 아침햇살이 ‘光’자에 마주치면 충만한 기(氣)를 내뿜게 될 것인데, 그 기(氣)를 설운도 형님이 받으셔서 노래도 히트하고 인기도 더욱 높아지라는 아우의 진심이 담겨 있는 것이었다. 그 염원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 한한국은 ‘光’ 자 위에 붉은 인주로 ‘天’ 자를 써서‘ 天光’이란 휘호를 선사했다.

그 후 그는 한한국을 만날 때마다 놀라운 기적이 나타났다고 기뻐했다. 아우의 바람처럼 새로 낸 앨범의 노래가 빅히트를 쳤고 행사까지 쏟아져 들어와 만사형통이라는 것이었다.

“한 작가! 보면 볼수록 한없이 좋은 아우님! 작품은 잘 돼가?”

설운도 형님의 다정한 물음에 한한국 아우가 웃으며 화답한다.

“형님! 보면 볼수록 설레는 형님! 작곡도 잘 되세요?”

한한국 작가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국민가수 설운도 씨와의 기이한 인연에 대해 공개하고 있다. 한한국 작가 자신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설운도 씨와는 생사를 넘나드는 귀한 인연으로 맺어진 특별한 사이다.

▲ ▲ 설운도 가수와 한한국 작가가 의형제를 맺고 임진각에 평화통일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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