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세계 기독교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3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했다. 교회 화합과 일치를 추구하는 WCC 총회이지만 이번 부산총회에서는 한국교회 내 보수진영의 반발이 거세 난항에 부딪혔다.
전날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었던 보수진영 개신교인들은 개막 당일에도 총회 현장에 찾아와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피켓을 들고 WCC부산총회 참가자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WCC 악마들아 물러가라’ ‘사단이 한국에 왔다’ ‘회개하고 빨리 WCC에서 빠져나오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반대시위를 하며 소속을 밝히지 않은 A씨는 “군산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출석하던 교회가 WCC 회원 교단이라는 사실을 알고 지금은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위자는 “WCC는 예수님을 믿는다고는 하지만 가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전단지를 통해 “WCC의 에큐메니컬 운동은 ‘평화 그리고 화합’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교파와 교회의 차이를 초월해 기독교 일치를 주장하고 있으나 그 배경에는 하나님의 진리를 왜곡하고 배도하려는 무서운 의도가 숨겨져 있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WCC가 8500여 명이 참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부산총회 개막을 알렸지만 한국교회 보수 진영을 설득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로 내달 8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총회 기간 중 ‘WCC반대 시위’는 매일 오후 1시와 8시에 열리는 반대 예배와 11월 2일과 4일 대규모 반대 집회가 계획돼 있다.
반대 시위를 바라보는 WCC 참가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이들의 주장을 괘념치 않았지만 몇몇 외국인 개신교인들은 대화를 시도했다. 기록에 남기려는 듯 사진을 촬영하는 개신교인들도 보였다.
총회 참석차 영국에서 한국에 방문한 폴 발렌틴 씨는 반대 시위와 관련해 “모든 인류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말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예수님에게 갈 수 있는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방법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며 “이런 식으로 싸울 게 아니라 모두가 마음으로 사랑하고 함께 그 길을 찾아가길 기도한다”고 안타까워했다.
WCC 회원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김현식 원로목사는 “WCC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고 자기 생각대로 말해서 오도하고 있다”며 “교인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개회예배에 이어 오후에는 총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을 환영하고 국내 참가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한 개회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총대주교(정교회)의 축하메시지가 영상물로 상영됐고, 커트 코흐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하 메시지를 대독했다.
개회식에는 WCC 중앙위원회 의장인 월터 알트만 목사와 총무인 울라프 필세 트베이트 목사, 한국준비위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지역 회장인 오펠리아 오르테가 수아레스 목사, 허남식 부산광역시장이 참석했다.
WCC에서 7년마다 여는 WCC 총회는 기독교계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WCC 총회는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1차 총회를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며 개최됐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절대신인 제우스 주신(主神)에게 바치는 일종의 종교행사였으며 그 여흥으로 여러 가지 운동경기가 진행됐다. ‘올림픽’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반도 서부연안의 올림피아에서 열려 지역의 이름을 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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