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의 원인과 의미 되새겨
문예혁명이라는 신사조 불러와
다시 개혁의 대상이 된 종교현실
높은 정신문화의 신세계 열어야

 
10월의 마지막 날은 종교개혁의 날이다. 여기저기서 종교개혁의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96년 전(1517년) 중세 가톨릭교회가 교황들의 부정부패로 물든 시기, 특히 베드로 성전 기금마련이란 제목으로 면죄부(免罪符, 죄를 면하는 대가로 돈을 받고 발행한 증명서)를 발행하면서 부패와 타락의 도는 극에 달했다. 이때 독일의 비텐베르크대학의 신학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 신부는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 면죄부 개선방안이 담긴 ‘95개조 반박문’을 붙이면서 종교개혁의 불씨는 지펴졌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구약성서와 신약성서를 독일말로 번역해 누구나 성서를 읽을 수 있게 하면서 종교개혁운동은 전 유럽으로 번졌으며, 기독교는 개신교(루터교, 침례교, 성공회, 개혁교회 즉 장로교회), 로마 가톨릭교회, 동방정교회 등으로 구분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즉, 오늘날 개신교의 전신은 바로 가톨릭이며, 이 가톨릭의 부패가 낳은 산물이 바로 개신교다.

그렇다면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어떤 요인이 있었을까. 종교개혁(1517)이 시작되기 전 1450년 이미 유럽에는 구텐베르크에 의해 인쇄술이 발명되어 소개되고 있었다. 이후 인쇄업자들이 등장하고 고전과 중세의 서적과 각종 문서들, 나아가 성경이 보급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때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인한 개혁사상이 글과 문서로 사람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문예혁명(文藝革命, 르네상스)과 부흥으로 이어졌다. 즉, 종교개혁의 성공 뒤에는 바로 인쇄술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숨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쇄술의 발명에 의한 발달과 함께 성공한 종교개혁은 결국 ‘르네상스(문예부흥)’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으며, 이 르네상스는 ‘쇄신’ 또는 ‘개혁’이라는 의미로 중세에서 근세로 옮겨지게 하는 과도기적 문화혁명으로서 손색이 없게 했다. 또한 르네상스는 단테의 신곡,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등 걸죽한 인물들을 낳고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오늘날까지 우리의 생각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짚어 볼 것은 종교개혁으로 인해 문예부흥이라는 새로운 사조(思潮)를 불러 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의 생각이 글이라는 문자로 나타나고, 다시 그 문자는 활자로 바뀌어 인쇄술이라는 신문명을 창조해냈으며, 창조된 인쇄술은 인문학의 발달과 함께 종교의 활성화를 가져 왔으니 오늘날 온 세계를 뒤덮으며 우리의 정신세계를 이끌어 온 종교문화인 것이다.

약 500여 년 전 가톨릭의 부패와 타락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 온 신교 즉, 개신교는 오늘날 전철을 밟으며 또다시 부패와 타락의 길을 걷고 있으니, 이 시대의 쇄신과 개혁의 대상이 돼 버렸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돈은 일만 악의 뿌리다”라고 가르친 사도 바울의 교훈처럼, 이 시대 유불선을 포함한 모든 종교는 종교의 본질을 떠나 돈으로 시작해 권력과 명예가 됨으로써, ‘10당 5락’과 같은 오늘날의 면죄부를 만들어 온 종교세계를 혼미케 하며 어그러진 길로 인도하고 있다. 즉, 제 2의 종교개혁과 종교개혁을 통한 문예부흥이 다시금 우리의 절실한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서구의 문명보다 먼저 운명처럼 다가올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일찍이 차원 높은 문명을 허락받은 민족이다. 독일의 구텐베르크에 의한 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통일신라시대 목판활자인 다라니경, 그 외에도 고려시대 제작된 팔만대장경과 같은 차원 높은 문화유산은 바로 종교의 가르침을 기록하고 전하기 위해 글(문자)이 필요했으며, 나아가 활자가 필요했음을 동서고금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라 훈민정음과 같은 글과 활자를 통해 생각과 말을 기록하고 전하게 하며, 한자의 음과 훈을 통해 뜻을 깨닫게 하고 있으니, 우리 민족만이 누리고 향유할 수 있는 특혜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과거 종교개혁의 대상이 됐던 중세 유럽, 이제 ‘서기동래’라는 말과 같이 종교의 기운이 이 땅 가운데서 일어날 때,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패와 타락의 역사 또한 과거 중세 유럽을 방불케 한다. 이럴 때 ‘물질문명의 시대가 가고 정신문명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어느 성인의 예고와 같이, 분연히 일어나 부패하고 타락한 종교세계를 다시 쇄신하고 개혁해 새롭고 높은 정신문화가 지배하는 신세계(新世界)를 건설해 가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주어졌음을 종교개혁일을 맞아 다시금 깨닫게 하고 있다.

또 ‘종교가 살아야 사회와 나라와 인류가 산다’는 진리를 되새겨 보며, “진리는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귀한 말 마음에 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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