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유아교육과 이일주 교수

최근 한 유명 TV 뉴스에 ‘샌드 애니메이션’이라는 다소 생소한 예술이 소개되었다. ‘샌드 애니메이션’이란 주변에서 많이 보는 흔한 모래를 소재로 하여 그 모래를 다루는 사람의 손에 창의력과 감성이 더해져서 예술로 표현되는 작품세계를 뜻한다.

처음에는 별 의미를 주지 않는 모래에 불과하지만 샌드 애니메이터의 손이 지나가면 순식간에 무에서 유가 창조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를 닮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환상적인 감동을 준다.

한국의 샌드 애니메이터 1호인 김하준 작가는 ‘부서질 것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힘이 들고 어두웠는데, 그런 자신과 같은 소재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 모래로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유아기 어린이들은 모래나 흙, 물과 같은 자연소재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 일상적인 생활 모습이다. 거의 매일같이 유치원에서 모래를 활용하여 자기만의 세계를 활짝 펼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 그 진지함만큼은 그 어떤 유명 샌드 애니메이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어떤 어린이는 얼마 전에 발사되었던 나로호와 같은 실체를 재현해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자기만이 가지는 독창적인 상상의 세계를 모래로 표현하고, 자신이 표현한 작품을 또래와 선생님에게 당당하면서도 매우 자신 있게 설명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유아들이 한번 모래놀이나 물놀이를 시작하면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자기 활동에 몰입한다.

인간발달의 전 과정을 통해 볼 때 유아기만큼 상상력이 풍부할 때가 드물다. 성인이 하루 저녁에 외계인과 우주세계를 여행하였다고 한다면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가야 마땅하겠지만, 유아기 어린이가 그랬다면 끊임없는 구연(口演, 스토리텔링)을 통하여 어린이의 창의성을 최대한 길러줄 필요가 있다. 어린이가 모래놀이를 통해 표현한 자기의 세계를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교사나 부모로부터 강요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방해받지 않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하던 일도 멍석 깔아 놓으면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자녀를 지극히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자녀의 24시간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어린이들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입고 먹는 것, 공부해야 하는 것, 같이 노는 또래까지도 정해주려는 일부 부모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고뇌를 ‘샌드 애니메이션’의 예술세계로 승화시킨 유명한 작가의 어린 시절에 그의 부모가 모래놀이를 하도록 강요했었더라면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 것인지 한번 깊게 생각하여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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