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밀양송전탑 서울대책회의,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밀양송전탑 문제 해결을 위한 대국민 호소 765배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19대 국회 접수 청원 중 채택 사례 단 1건도 없어
청원제도 이용 점차 줄어… “실효성 확보 제도 필요”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부추실)는 2007년 국회를 상대로 소송하고 2008년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과 청원심사소위원장 등 2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각하했다. 부추실이 청원에 매달리는 이유는 1991년 신축한 보일러 공장을 억울하게 부도처리 당한 박흥식 대표가 1996년부터 ‘금융분쟁 조정기관의 부작위에 따른 피해보상에 관한 청원’을 매 국회에 제출했지만 청원에 대한 심의처리결과 통지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권리인 청원권이 제대로 보장되기 위해 국회법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원권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회의 입법청원제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들어 이날까지 접수된 청원은 98건이다. 이 중에서 표결을 거쳐 채택된 사례가 단 1건도 없어 청원제도 자체가 유명무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접수 청원 중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건수가 94건, 상임위 차원에서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건수는 4건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청원이 본회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류된 청원 중에는 2만 7629명이 서명한 ‘제주해군기지 공사중단’을 비롯해 인터넷상 선정적 광고 규제를 위한 청소년보호법 제2조 개정(1만 72명, 이하 서명인원), 수도권광역급행철도 파주연장 건설(1만 5704명), 독도의 날 제정(1만 1120명), 분권형 개헌 촉구(12만 명),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4만 7075명) 등이 포함됐다.

비단 19대 국회뿐만 아니라 이전 국회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반복돼 왔다. 13대 국회(1988~1992)에서는 접수된 503건 중 13건만이 본회의에서 가결, 정부로 이송됐다. 14대 국회(1992~1996)는 534건 중 11건, 15대 국회(1996~2000)는 595건 중 3건, 16대 국회(2000~2004)는 765건 중 4건, 17대 국회(2004~2008)는 432건 중 4건, 18대 국회(2008~2012)는 272건 중 3건만을 채택했을 뿐이다.

채택되지 못한 청원은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게 대부분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회 청원제도를 이용하는 국민이 점차 줄고 있는데다 청원안의 폐기 비율이 점점 상승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 국민이나 시민단체들에게 청원제도는 먹기엔 먹을 게 없고, 버리기엔 아까운 ‘계륵’이다. 제도를 현상유지하기에 유명무실하고, 없애기에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 26조에 따르면 청원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청원에 대해 심사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국회 청원심사규칙 7조 2항에도 ‘상임위원회가 청원 회부일로부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9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처리시한을 못 박고 있다. 그러나 하위 법령에서 ‘부득이한 사유로 처리가 늦어지면 기한을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헌법은 ‘의무가 있다’고 강제성을 부여하지만 하위 법령인 심사규칙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다. 다시 말해 국회 마음대로 처리기한을 무한정 늘릴 수 있도록 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셈이다.

박흥식 대표는 “6번의 청원 중 4번은 국회의원 임기 만료나 뚜렷한 이유 없이 연기돼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며 “법치국가에서 국민의 기본권 중 최상위권인 청원권이 무시되는 행동을 하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이며,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본회의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청원은 의장에게 보고하고 의장은 이를 청원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청원한 지 수년이 지나도 그 결과를 통보받는 청원인은 드물다.

청원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회법 손질 외에도 ▲1인 이상의 의원 소개 의무화 폐지 ▲청원 소개의원의 청원 취지 설명 의무화 ▲청원인의 진술권 보장 ▲국회 폐회 중에도 정기적 청원심사 의무화 등이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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