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성명 이후 고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야당의 ‘대선 불복’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침묵’을 고수하면서 난감하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게다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인한 정부 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이 격화하며 향후 정국 운영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3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긴급 성명을 내고 지난 대선을 불공정 선거로 규정, 박 대통령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특히 문 의원의 발언은 ‘대선 불복’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그의 발언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정국은 깊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나아가 청와대 쪽으로 그 불똥이 지속적으로 튀고 있다.

일단 청와대 관계자는 문 의원의 발언에 대해 24일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 수가 결과가 나와야 한다. 특별한 입장이 없다”며 기존대로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된다는 우려도 엿보인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책임론’ 역시 커지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스런 지점이다. 지금처럼 침묵으로만 대응할 경우 오히려 의혹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언급할 경우, 야당의 전략에 말려들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엄존한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24일 “대통령이 스스로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헌법 제1조를 유린하는 일이 없도록 내가 먼저 국정원과 국가보훈처랄지 국군사이버수사대에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내가 나서겠다’ 이래야지만 국민한테 인정받고 약속하신 대로 대통합의 정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침묵으로 인해 여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솔솔 나온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면서 “문제가 있다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집권당과 정부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이 어느 한 시점이 되면 입을 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이와 반대로 기존대로 침묵을 고수하며 경제살리기와 일자리창출 등 ‘민생’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공존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정국을 운영하는 데 야당의 도움을 받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개입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새해 예산안 심의와 각종 민생법안 등의 처리와 관련해 여야 간의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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