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워커홀릭(일중독자)이다.’ 지난 23일 만화사이트 도그하우스다이어리는 한국을 이렇게 규정했다. 북한은 ‘검열’, 중국은 ‘이산화탄소 배출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 미국은 ‘노벨상 수상자와 잔디깎기 기계에 의한 사망’이 각각 대표 키워드로 선정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일 중독 국가로 선정된 것은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12년 기준 2163시간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1771시간)보다 400시간 정도 더 많다. 일벌레로 불리는 독일도 1317시간, 일본 1765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도그하우스다이어리의 랭킹 순위를 단순히 웃고 넘기기에는 뒷맛이 영 씁쓸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부진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노동생산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전년 대비 3% 넘게 급락했다. 비교 가능한 OECD 18개 회원국 중 가장 큰 감소율이다. 이탈리아(-0.59%), 네덜란드(-0.48%), 오스트리아(-0.29%) 등도 노동생산성이 감소했지만 감소율은 1%대에도 못 미친다.

노동생산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면 생산가능인구 증가세도 둔화돼 결국 저성장 국면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 노동생산성을 개선하려면 일하는 시간에 비해 생산성이 뒤떨어지는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근로자는 단시간에 알차게 일하는 법을 새롭게 배워야 하고, 사측은 장기적 관점에서 노동환경 개선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치열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재계와 노동계의 공방이 거세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결국 노사 모두 협력과 양보를 통해서만 달성 가능한 과제임을 인식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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