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산책] 속을 채우지 않고 찌는 ‘수증계(水蒸鷄)’
[별미산책] 속을 채우지 않고 찌는 ‘수증계(水蒸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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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음식지미방(飮食知味方)>에 ‘수증계(水蒸鷄)’와 ‘닭 굽는 법’이 나온다. 신축(辛丑, 1901)년에서 기유(己酉, 1909)년까지 쓴 <천지공사>라는 책 138절에는 ‘박공우(朴公又)의 술과 수증계(水蒸鷄)’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우(公又)가 술과 수증계(水蒸鷄)를 가지고 온 것은 그가 곧 후천 용담의 도수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술은 삼수 변(氵)에 닭 유(酉)자가 합한 것이니, 용담의 중앙에 있는 1.6수(水)에서 7손풍으로 끄집어내서 물이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또 유월세수(酉月歲首)를 의미하는 것이 술인데, 수증계는 더운물에 훈증(熏蒸)한 닭이니, 이는 곧 용담의 중앙에 있는 냉수(冷水)인 1.6수(水)가 낙서의 뜨거운 3양(陽)이 있는 7손풍으로 흘러나오게 되어 뜨거운 물이 되는 것이다. 그곳은 유정월(酉正月)이 있는 곳인데, 공우가 술과 수증계를 가지고 온 것은 기유세수(己酉歲首)를 몰고 나오는 것이며, 천주님은 이를 미리 알고 계신 것이다’라고 책에 기록됐다.

이 수증계는 닭찜으로, 살 진 암탉의 깃털을 모두 뜯고 마디를 끊고 엉치와 앙가슴을 많이 두드린다.

노구솥을 달구고 기름을 반 종지쯤 치고 그 고기를 집어넣고 익게 볶고, 맹물을 가득 붓고 장작을 지피어 끓이되 토란알 한 되를 순무적 모서리같이 썰어서 한데 넣고 푹 삶는다.

그 고기가 다 무르거든 고기와 나물을 건지고 그 국물에 간장을 알맞게 타서 고기를 도로 넣고 한 번 솟구도록 끓여 내장 냄새가 없어지면 밀가루 두 국자쯤 푼다.

늙은 동아적 모서리 길이만큼 오이도 길쭉길쭉 썰어 넣고 잔파와 부추를 한 줌에 곁곁이 묶어 넣어 가루끼와 나물이 익을 만하거든 넓은 대접에 잡채 벌여 놓듯 나물과 고기를 곁곁이 놓는다. 국물을 뜨고 그 위에 계란 부쳐서 잘게 썰어 생강과 후춧가루를 뿌려 쓴다.

이 수증계는 속을 채우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닭을 무르게 삶아서 살을 뜯어 버섯을 넣고 가루즙을 하여 걸쭉하게 익힌 1800년대 말엽의 <시의전서(是議全書)>의 방법과 비슷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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