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수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천지일보(뉴스천지)

맹수진 수석프로그래머가 전하는 다큐멘터리 이야기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올해로 제5회째를 맞이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23일 오후 7시 폐막식을 앞둬,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국내서 가장 다큐멘터리적인 영화제로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영화감독들의 무한 신뢰를 얻고 있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올해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정전 60주년 특별전’과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어서는 ‘비욘드 다큐’ 등을 선보여 영화제의 질을 더했다.

본지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맹수진 수석 프로그래머와 함께 막바지에 다다른 영화제의 화려한 폐막을 앞두고 놓치지 말아야 할 보석 같은 다큐 몇 작품을 손꼽아 봤다.

맹 프로그래머는 인터뷰에 앞서 “올해 영화제에 소개되는 119편 모두 보석 같은 작품이라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모두 함께 즐겁게 관람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맹 프로가 당당히 밝힌 보석 같은 다큐 119편! 그중에서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주옥같은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

▲ 영화 ‘만신’ (사진제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첫 한국작품, 개막작으로 선정… 박찬경 감독의 ‘만신’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박찬경 감독은 주로 냉전, 한국의 전통 종교 문화, 미디어 중심의 기억, 역사의 재구성 등을 다룬다.

이번 영화 ‘만신’은 우리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은 호칭으로 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압축적 근대화를 추구해온 한국 현대사에서 무당은 전근대적이고 미신적인 모든 것의 상징으로 끊임없는 추방과 탄압의 대상이었다.

내림굿을 받던 김금화 선생은 자신에게 ‘신의 길을 가려면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겠다’는 공수를 내린다.

칼날 위의 삶. 작두를 타며 신과 인간의 중재자로 살아온 그녀는 어느덧 ‘나라 무당’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이 시대의 아픔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때로는 신명으로 때로는 눈물로 영혼의 병을 앓는 사회와 개인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맹 프로그래머는 ‘만신’이 올해 정전 60주년 주제와 잘 맞았고 재연이라는 실험적 시도 등이 영화제 성격과 알맞아 개막작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 영화 ‘위폐’ (사진제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유폐’ ‘우리 체제의 유령들’ 세계 화제 다큐 모인 국제경쟁
앙드레 길 마타의 ‘유폐’는 근래 유럽 7개 영화제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혀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매우 시적인 이 영화는 ‘공간’이라는 일상 안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맹 프로그래머는 “사운드와 이미지에 매우 심사숙고한 영화로 서사가 분명한 영화를 기대한다면 낯설 수 있지만 매우 시적이며 서정적인 다큐로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즈 마샬의 ‘우리 체제의 유령들’은 현대 사회의 작동 기계로부터 구출됐거나 여전히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의 삶을 조명한다.

호평받는 동물 전문 사진작가 조 앤 맥아더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 점차 친숙해진다. 영화는 그녀가 캐나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동물과 관련된 이슈를 포착했던 일 년의 기록들을 담았다.

이 밖에도 페트라 코스타의 ‘엘레나’, 라몬 기거·얀 가스만의 ‘카르마 샤둡’, 맷 울프의 ‘틴에이지’ 등도 놓치면 후회하는 작품!

▲ 영화 ‘사냥’ (사진제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도전적이면서 실험적 한국 다큐들의 경쟁 

김형주 감독의 ‘망원동 인공위성’. 미디어 아티스트 송호준은 망원동 지하작업실에서 혼자 힘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띄우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OSSI 즉 인공위성 제작 공개 운동을 통해 자신만의 별을 쏘아 올리겠다는 뜻이다. D.I.Y 방식으로 인공위성을 만들고 티셔츠 1만 장을 팔아 1억 원의 제작비를 구하겠다는 무모한 계획도 세우게 된다. 

매우 도전적인 이번 다큐는 최근 MBC ‘라디오스타’ 일반인 1호 게스트로 출연한 송호준을 다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영조 감독의 ‘사냥’은 잦은 출몰로 농작물과 민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는 멧돼지와의 전쟁을 시작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김영조 감독은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경쟁’과 ‘한국 다큐 쇼케이스’ 두 섹션에 선정됐다. 

김 감독은 한국엔 소개된 적이 별로 없지만 국외에선 인정받는 차세대 감독으로 프랑스에서 다큐멘터리 공부를 했다. 

▲ 영화 ‘위대한 극장 북조선’ (사진제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정전 60주년, 국내외 전쟁이 주는 메시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올해 정전 60주년을 기념하는 섹션을 신설, 국내외 전쟁 다큐를 소개한다. 

특히 국내의 분단이 빚어내는 시대적 상황을 담은 두 편의 다큐 ‘위대한 극장 북조선’ ‘경계에서 꿈꾸는 집’은 우리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던진다. 

김량 감독의 ‘경계에서 꿈꾸는 집’은 1968년 대한민국 정부가 전후 한국의 심각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철원 일대 평야를 재건한다. 

또 이를 위해 전역군인 가족과 군인들을 비무장지대 인근 평야에 투입한다. 영화는 개간 사업에 참여한 원주민, 이주민으로 이루어진 전쟁세대와 이후 재건 2세대, 3세대를 인터뷰해 그들의 정착의지와 개인사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과의 관계를 통해 보여준다. 

제임스 롱·린 리의 ‘위대한 극장 북조선’은 외국인 최초로 북한 영화학교에 허가를 받고 입학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다. 

이들 감독은 제삼자의 눈으로 북한 영화산업을 바라보는 데 주력했으며 그 가운데 북한의 영화산업과 정권 선전 내용을 보여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