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갑작스런 상황인지라 한한국도 당황하며 그에게 말했다.

“설운도 회장님, 졸리시면 눈 좀 붙여보세요. 잠을 못 주무셔서 그런 거일 수도 있어요.”

“아니에요, 내가 운동해서 몸 상태를 아는데 대체 나도 모르게 왜 이러지? 못 견디겠어요.”

설상가상으로 폭우까지 엄청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미사리까지 왔다. 새벽 2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아, 이게 대체 무슨 난리람. 국민가수가 내 차 안에서 이리 아프다니. 참 전통찻집에서 팥죽 새알심을 먹었는데 그게 탈이 났나? 아니면 식당에서 별식이라고 인절미를 주었는데 그 탓인가? 디저트랑 수박은 맛있게 잘 먹었는데.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한한국이 이런저런 걱정에 정신이 없는데 마침 편의점이 보여 급한 대로 바늘을 사왔다. 다급히 그의 엄지손가락을 피가 나도록 마구 땄다. 그래도 발작은 멈추지 않고,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그가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나가 쏟아지는 폭우 속을 미친 듯이 뛰며 맴을 도는 게 아닌가.

“아니, 저건 가수 설운도 씨 아니오? 술 먹었어요? 왜 저래요?”

어이없다는 듯 편의점 주인이 물어서 그간의 사정을 말했더니 다짜고짜 한한국에게 소리를 쳤다.

“그럼 119를 불러야죠. 왜 이러고 있어요. 빨리 부르세요!”

그 와중에도 금방 죽을 듯이 폭우 속에서 몸부림치던 그는, 계속해서 자기 등을 마구 쳐 달라고만 했다. 한한국이 사정없이 수십 대를 두들겨댔는데 이러다가 정말 무슨 불상사라도 날까봐 겁이 났다.

‘이게 무슨 짓이지? 내가 지금 누굴 죽이는 거 아냐? 만약 국민가수인 그가 여기서 죽으면 우리 부부는 어떻게 되지?’

순간 한한국은 으악! 하고 비명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그 사이 119에 연락을 하니까 강동 119인데 아무리 빨라도 6, 7분은 걸린다고 했다.

그때 그가 한한국을 향해 절박하게 외쳤다.

“지금 어디 연락한 거요? 강동 119? 앗, 안 돼! 거기 가면 죽어! 검사받다가 죽는다고! 순천향병원으로 가야 해! 거긴 나의 의료차트가 있어! 딴 데는 안 돼! 나 좀 살려줘! 나 금방 죽어!”

“거긴 30분은 걸릴 텐데 견딜 수 있겠어요?”

“안 돼! 그렇게 못 견뎌! 금방 죽는다고! 날 살려줘!”

한한국은 절규와도 같은 그의 외침에 자신이 먼저 죽을 것 같았다.

아아, 이 무슨 날벼락인가? 그를 만나 반가웠던 건 잠시! 그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장 박사도 야속했다. 그렇게 무리한 병문안만 안했어도 이런 일이 안 벌어졌을 텐데. 하지만 어쩌랴, 그를 살려야 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는데!

한한국은 다시 그를 차에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설운도를 살려라! 내가 그간 평화지도를 그려 세계와 북한에 보냈으면 뭐 하나! 실제로는 사람 생명도 못 구하는데. 그러고도 무슨 평화지도냐?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게 더 소중하고 급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기막힌 인연이란 말인가!’

순천향병원으로 향하는 사이에도 그는 계속 횡설수설하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내 눈꺼풀이 감겨! 나 눈 감으면 죽어! 성냥가치 있으면 줘봐! 눈꺼풀을 떠받치게! 나 KBS 가요무대 녹화 있어! 죽어도 무대에서 죽어야 돼!”

그런 절체절명의 위급상황에도 그는 방송 걱정을 하고 있었다.

“설운도 회장님, 정신 차리세요! 곧 병원에 도착할 거예요! 여보, 더 빨리 밟아 봐요. 설운도 회장님이…….”

아내 윤소천 시인은 계속 그의 등을 두드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 지난 2011년 12월 19일 한한국 작가가 제1회 대한민국기록문화대상을 수상하고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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