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객원논설위원

 
북한의 기습적인 댐 방류로 임진강 모래섬에서 캠핑하던 야영객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의 목숨은 어느 누구의 것이든 우주와도 안 바꾸는 존귀한 것인데 4천만 톤의 황강댐 폭류(瀑流)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렇게 많은 물을 일시에 내보내면서 사전에 말 한 마디 없었던 북녘 사람들의 양식이 참으로 의심스럽다.

지구상에 이같이 미개한 짓을 태연히 하는 나라는 북한 말고는 없을 것이다. ‘같은 민족’이니 ‘형제’니 ‘핏줄’이니 하는 언사(言辭)에서 우리보다 훨씬 앞서 가는 사람들이 형제의 목숨을 이렇게 함부로 앗아가다니… 도무지 그들을 알 수가 없다. 믿을 수도 없다.

이런 짓을 해놓고도 사과 한 마디 없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 악의가 없는 실수였더라도 사과하고 배상을 해야 마땅한 일 아닌가.

왜 이런 때 저들의 죄행을 규탄하는 촛불 시위 같은 것은 없는가. 어찌하여 집단적인 규탄의 목소리는 터져 나오지 않는가. 양심과 양식은 균형 감각이 요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왜 북쪽의 죄행에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내홍(內訌)의 목소리만 큰가. 이것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저들의 황강댐 무단 방류는 고의든 아니든 분명히 죄행이다. 우리에게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규탄받아 마땅한 죄행이다.

이번만이라도 단호하게 대처해서 그런 죄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힘으로 저들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그리고 배상을 받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세계인들의 양심에도 호소해서 저들을 각성케 해야 한다.

새삼스럽지만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 저들의 못된 소행은 이번만이 아니다. 금강산 해변에서 아무 죄 없는 우리 관광객에게 총을 쏘아 죽게 한 것이 그리 먼 과거의 일이 아니다.

그때 역시 지금처럼 변변한 사과 한 마디가 없었다. 저들이 도발했다가 혼쭐이 난 제1연평해전을 분풀이하기 위해 저지른 제2연평해전도 따지고 보면 그러하다. 동족을 상대로 한 비겁하고 반인륜적인 광란의 살상극이었다.

실수로 월경한 우리 어선을 끌고 가 오래 붙잡아 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배가 잘못 넘어왔을 때 우리는 바로바로 돌려보내지 않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전쟁 때의 국군 포로, 수십 년 전에 끌고 간 납북 어부들은 끝까지 붙잡아 두고 영 돌려보내질 않는다. 피맺힌 남쪽 가족들의 절규에도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과연 저들이 민족을 찾고 핏줄이니 뭐니를 말할 수 있는 우리 형제가 맞는가.

이번 사건은 이 같은 분노와 함께 착잡하게 느낄 요소가 있다. 우리가 안심하고 살 수 있어야 할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우리 땅에서 일어난 비극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마땅한 보호를 받고 살아야 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사건을 보는 심정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민초들이야 북한이 댐을 여는지 안 여는지 어떻게 아는가. 평양에 대고 전화로 댐을 열 것이냐 안 열 것이냐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한때 요란을 떨었던 금강산댐 말고는 어느 강에 북한이 무슨 댐을 만들어 놓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저들이 사전에 통지를 안 해주면 앞으로도 두 번 세 번 더 이런 일이 계속 있을 수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되지 않는가.

이번 사건은 우리 전방의 대비태세에 대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영변 원자로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실시간으로 보는 시대다.

그럼에도 24시간 샅샅이 감시하고 경계해야 할 휴전선에서 불과 27킬로미터 떨어진 지척에서 저들이 꾸미는 일을 몰랐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의 대비태세가 허술한가. 이 점에 대해 정부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해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평범한 민초들의 일상을 편안토록 해야 마땅하다.

무인경계 시스템이 왜 고장났는지, 물이 위험하게 콸콸 쏟아져 내려오는데 왜 적절하고 신속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를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원천적인 대비책은 이상 징후를 즉시 포착하고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의 구축과 경계 임무를 맡은 사람들의 철두철미한 경각심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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