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연계찜(軟鷄蒸)은 1795년 정조 19년 <원행을묘정리의괘(園幸乙卯整理儀軌)> 수랏상에 그리고 1848년(헌종 14), 1901년(광무 5), 1902년(광무 6) 잔치에 나오는 요리다.

조선 순조 때의 실학자 이규경(1788~1856)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도 맛있는 음식으로 ‘애저찜’과 ‘연계찜’ 그리고 ‘돼지족발’을 꼽았다.

1766년 조선조 영조 42년에 유학자 유중림(1705~1771)이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를 늘리고 보충해 편찬한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는 연계찜(연계증)이라고 해 병아리를 파ㆍ소금ㆍ기름에 볶아 7분쯤 익힌다. 그 다음에 후추ㆍ천초ㆍ물ㆍ술을 넣어 익히는 법이 나온다.

연계찜(軟鷄蒸)요리는 전날 연계(軟鷄)를 잡아 밤새 거꾸로 매달아 핏물을 빼고 된장을 체에 걸러 기름을 빼고 차조기잎, 파, 염교, 천초가루 등 밀가루와 함께 개어 그 즙과 함께 쪄내면 더욱 맛이 좋아 진다.

<음식디미방>에서는 어린 닭을 찜한 ‘연계증(軟鷄蒸)’을 만드는 법이 나온다.

책에는 “연계를 저녁에 잡아 거꾸로 매달아 두었다가 이튿날 아침에 잔털을 뽑아 내장을 빼고 핏기 없이 씻어 놓는다. 아주 단 된장을 체에 걸러 기름을 많이 넣고 차조기·파·부추를 잘게 썰어 생강·후추·천초 등 갖은 양념을 하고, 밀가루로 개면 즙이 된다. 간장(진간장)으로 간을 해서 다시 개어 닭 뱃속에 넣고 밥보로 싸서 사기그릇에 담아 솥에 물을 붓고 중탕한다. 뼈가 빠지게 익으면 꺼낸다”고 기록됐다.

<음식방문>의 ‘닭찜’은 “닭 속에 양념을 넣고 간장(진간장)물에 밀가루즙·파를 넣고 그릇째 담가 즙국에 중탕하여 찌면 좋다”고 했고, <주방문>의 ‘연계찜’은 “연계 속에 양념을 넣고 솥에 나무다리를 질러 올려놓고 간장(진간장)물로 쪄내면 간장(진간장)물에 즙이 떨어져 맛이 난다. 그러면 나물과 함께 단지에 넣어 중탕해 국을 끓인다”고 했는데 탕인지 찜인지 분명하지가 않다.

20세기 초반의 신문 기사들에 종종 등장하는 북한의 복날 음식으로도 ‘연계찜’이 등장 한다. 연계찜은 연계의 배 속에 찹쌀과 여러 가지 고명, 향료를 넣고 쪄낸 것으로 삼복에 함경도 사람들은 연계찜을 반드시 먹었다.

1929년 8월 1일에 발간된 <별건곤> 제22호에는 황해도 안주를 돌아본 뒤 쓴 기행문이 나온다. “영남지방에서는 삼복 중에 개죽음이 굉장하다. 하지만 안주의 명물로 삼복중의 닭천렵이 대단하다”고 적고 있다.

경상도나 전라도 같은 남도가 복날에 개를 복달임 음식으로 먹은 것에 비해 함경도에서 황해도에 이르는 북한 지역에서는 닭을 복달임 음식으로 먹어왔음을 짐작하게 하는 구절이다. 삼계탕은 아니지만 복날에 닭을 먹는 문화는 북한 전역에 넓게 퍼져있던 문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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