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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정부와 민간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3.9%)가 과대 예측됐다는 데 대해 ‘중립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날 “(내년 성장률 전망을) 국제통화기금(IMF)은 3.8%, 한국은행은 3.7%로 제시했지만 다른 기관은 4%대도 있다”며 “이런 바탕 하에 정부 전망치를 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3.9%의 성장률은 ‘지금껏 발표됐던 대책이 모두 실시된다’는 전제를 달았다.

앞서 내년도 성장률에 대해 기재부는 기존 4.0%에서 3.9%로, 한국은행은 4.0%에서 3.8%로 소폭 내려잡았고, IMF는 3.9%에서 3.7%로 수정했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정부나 한국은행보다 더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과 성장세 둔화 등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탓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국내 기업의 불확실성에 영향을 미쳐, 결국 내수를 뒷받침하는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15일 ‘2014년 국내외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경제성장률이 3.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이 자체생산을 늘리는 등 세계교역의 활력이 많아 낮아져 있고 내수는 가계부채 부담, 주택비용 증가 등으로 회복세가 완만할 것”이라며 “내년엔 건설투자도 주춤해 성장률이 3%대 중반에 그치고 중기적으로도 4%대 성장을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3.9%보다 0.8%p나 낮은 수치다. 여기에 국내외 여건이 한국 경제에 불리하게 흘러갈 경우,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서 ‘최근 국내외 5대 경제 현안 점검’을 주제로 강연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최대 암초로 꼽았다. 내년 중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된다면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결국 신흥국 리스크로 연결돼 우리나라의 경제 불안정성을 부채질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ING그룹은 아예 2.6%로 2%대의 성장률을 제시했고, USB는 3.0%로 두 기관 모두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특히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0일 내년 성장률을 3.4%로 전망해, 내년 잠재성장률 전망치인 3.5%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미국 출구전략 시행과 관련한 불확실성의 지속, 가계부채 감축, 경제민주화 입법 강화가 경제 회복을 제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불안 없이 한 나라가 자본·노동 등 모든 생산 자원을 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즉 성장률 전망치가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는 것은 내년 한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능력만큼 성장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김중수 한은 총재도 최근 “3.8%의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 거의 상응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고령화 인구 및 여성 인력 활용, 중산층 복원, 제조업 U턴, 경제민주화 속도 조절 등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LG연구원은 “정부는 단기부양보다는 중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세수 기반 하에 지출 계획을 세울 것으로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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