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10일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리에 있는 ‘시즌파이브’ 승마장에서 만난 김승호(57) 수석교관이 ‘브라운’이라는 말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즌파이브 김승호 승마교관 인터뷰

30살, 대형사고로 왼쪽다리·골반 부러져 8번 수술
승마로 재활치료 하고 강원도 최초 승마교관 돼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일명 ‘귀족 스포츠’로 불리는 승마. 재력가의 과시용 취미로 많이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체력증강에 있어 일반 스포츠에서 얻지 못할 특별한 ‘가치’를 지녔다는 점에서 ‘귀족 스포츠’라 불릴 만한 장점과 매력도 갖추고 있는 스포츠다.

지난 9월 10일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 팔현리에 있는 ‘시즌파이브’ 승마장을 방문했다. 저 멀리서 영화배우처럼 허연 수염을 멋지게 기른 김승호(57) 승마교관이 힘차게 등장했다. ‘시즌파이브’ 승마장은 단체 회원을 모집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재활승마’에 대해선 특별히 그의 경험담과 목격담을 직접 들어야 했다. 그는 승마 덕에 다리장애를 막았다고 확신했다.

“지금 왼쪽 다리와 왼쪽 골반에 철심이 총 두 개 박혀 있어요. 다리 수술만 8번 받았습니다. 골반은 다 부러져서 침대생활만 해야 했고, 대소변을 가릴 수조차 없었죠. 3개월 입원 후 5년 동안 통원치료를 한 뒤에야 처음으로 목발을 짚고 땅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리는 저렸어요.”

김 교관은 30살이 되던 해 결혼 후 제주도에서 농장과 함께 식당 사업을 했다. 사업은 잘됐다. 그러던 어느 날 겨울,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그는 골목길에서 달려 나온 농사용 트럭 세렉스에 부딪혔다. 차 주인이 돌담에 가려진 그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왼쪽다리와 골반이 부러진 그는 다리 수술만 8번을 받았다. 아내는 그가 퇴원한 후 이혼했다. 그는 나쁜 감정으로 이혼한 것은 아니라며 여전히 전 부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전 부인은 양산의 한 농장에 누군가가 기증한 말이 있으니 그 말을 타고 재활 치료를 해보라고 권했다. 말을 타고 재활 치료를 하면 저리는 다리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전 부인의 말이 그의 몸을 움직였다.

▲ 시즌파이브 경마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김 교관은 이를 계기로 40살 난생 처음 말을 타기 시작했다. 부산, 대구, 파주, 강릉, 용인 등 각 지역 승마장을 돌아다니면서 기승법을 터득했고, 틈틈이 이론도 공부했다. 저린 다리는 차츰 나아졌고, 두께도 오른쪽과 비슷해졌다. 2000년 8월 강원도 삼척이 고향인 그는 강원도로 돌아와 자격증시험을 쳤다. 그는 강원도 최초로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승마종목)을 딴 사람이다.

김 교관은 ‘재활승마’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의 경험담과 전국 각지의 회원들의 쾌차 사례를 줄줄이 설명했다.

“저한텐 고혈압과 고지혈증도 있었어요. 약을 먹고 있었죠. 그런데 당뇨, 합병증, 관절염을 앓고 있던 한 50대 남성 승마 회원이 그러는 거예요. 승마를 시작한 지 6개월 후 병원에 갔더니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는 거죠. 그분은 승마를 탄 지 1년 후엔 아예 정상인이 되셨습니다. 저도 한 번 믿어봤죠. 저도 말을 탄 지 1년 후엔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끊었어요. 저도 정상 수치로 돌아왔어요.”

김 교관은 “최근에 의사들도 정상으로 돌아온 수치에 놀라며 승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관은 타지에서 교관으로 활동할 때 맡았던 회원들 중 허리디스크, 위장병, 비만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승마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눈으로 직접 봤다며 목격담을 전했다.

김 교관이 말하는 강화도 승마장 목격담이다. 50대 중반인 한 여성이 2번의 디스크 수술에도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의사가 ‘재활승마’를 권했다. 이후 50대 여성의 등에 근육이 붙었고 척추가 펴지면서 디스크가 사라졌다. 현재 58살이 된 여성은 여전히 말을 타고 있다.

또 다른 목격담. 뉴질랜드에서 방한한 교포(당시 28살, 여)가 다이어트를 위해 승마장을 찾았다. 6개월간 130㎏이던 몸무게에서 40㎏을 뺐다. 교포는 헝가리로 유학을 갔다.

부산 강서 승마장에서는 골프장 사장으로 일하던 50대 한 남성이 위장병과 변비로 고생을 하다가 새벽마다 승마장을 찾았고, 병이 나았다. 당시 골프장 사장은 “사업은 포기할지언정 승마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7~8년 전 천안 승마장에서 일할 때 한 중학교 남교사가 찾아왔다.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데려왔다. 아이는 척추가 틀어져 손으로 잡아줘야만 걸을 수 있었다. 일주일에 3~4번 하루 30~40분씩 재활승마를 했다. 1년 뒤 아이는 등에 근육이 붙으면서 척추가 교정됐고 불안정했지만 혼자 승마장을 걸어 나갔다.

실제로 기자도 40분 정도 시험 삼아 김 교관의 지도 하에 말을 타봤다. 승마를 하기 위해선 허리가 곧아야 하고 팔도 곧게 펴야 한다. 말고삐는 절대 놓아선 안 됐다. 또 기승자의 두 다리는 말의 크고 둥근 배를 꽉 움켜잡고 앉아야 했다. 자전거 타는 것과는 달랐다. 엉덩이와 허벅지의 안쪽, 종아리, 등판은 기본이며 전신을 긴장하게 만들어 말에서 내려옴과 동시에 몸 전체에 근육이 잡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 교관은 승마생활 17년 동안 회원들이 재활승마를 통해 정상으로 돌아오는 신체 변화와 긍정적인 생각, 커져가는 자신감으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힐링이 될 수 있음을 보았다. 그는 승마의 힐링 효과를 확신했다.

“저는 재활승마가 의학적으로 얼마나 몸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솔직히 잘 모릅니다. 하지만 수술과 약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이 승마장을 찾아오고 있고 또 치료가 되고 있는 걸 눈으로 목격하고 있거든요? 전 앞으로도 승마생활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시즌파이브’ 승마장과 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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