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집회나 행사 취소 또는 연기, 입장 시 손소독·체온검사 등 실시
육적 건강도 중요하지만 영적인 강건함도 챙길 때  

▲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위험에 처한 인류의 모습을 그린 영화 ‘아웃브레이크’. ⓒ뉴스천지

영화 ‘아웃브레이크’ 현실 될까

1967년 아프리카 자이르(Zaire)의 모타바 계곡 용병 캠프에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하고 군인들이 죽어가자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미군은 혈액만 채취한 뒤 일방적으로 용병 캠프에 폭탄을 투하 모두 몰살시켜 병의 확산을 막는다. 30년의 세월이 흐른 뒤, 자이르에서 다시 출혈열이 발생했다.

이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원숭이를 통해 최초 감염자가 발생했고, 감기증세와 함께 기침을 통해 공기로 퍼져 미국 내 한 마을에 순식간에 번진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일어날 더 큰 피해를 우려한 미국 정부는 그 마을에 핵폭탄을 투여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다행히 핵폭탄 투여 직전 주인공이 극적으로 바이러스의 숙주인 원숭이를 찾아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참사를 피한다.

이는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줄거리이다. 믿기진 않지만 ‘아웃브레이크’와 같은 일이 조금씩 현실이 돼 가고 있다.

신종플루의 발생과 확산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4일 현재, 전 세계에서 3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최소 2837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4명이 신종플루에 의해 사망했다.

신종플루는 지난 4월 ‘스와니 플루’란 이름으로 멕시코시티에서 발생해 멕시코 지방도시와 미국 등지로 퍼져가기 시작해 전 세계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돼지독감’이라고 이름 붙였으나, 돼지와 직접적인 관련 증거가 없어 WHO가 ‘신종 인플루엔자A(H1N1)’로 용어를 통일했다. 멕시코와 근접한 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할 당시만 해도 강 건너 불 보듯 했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도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5월 멕시코 봉사활동을 다녀온 50대 수녀가 첫 감염자로 확인된 이후 지난달 15일 첫 사망자가 발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확진 환자도 4천 명을 넘어섰다.

감염자 절반 이상이 군인과 학생인 것으로 집계돼 집단생활에서 감염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전국적으로 일부 학교는 임시휴교에 들어갔고 여러 명이 모이는 공식행사나 집회 등이 취소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종교단체 뒤늦은 대책

전 세계가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 9일 만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때서야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 행동에 나서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종교계 역시 각 종단마다 신종플루를 대처하는 방안을 두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특히 개신교 측은 9월에 있을 교단 총회로 비상이다.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해 학교 등 대형단체에서의 행사나 집회를 자제하라는 정부의 요청이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총회 장소 등이 변경되는 등의 일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예장합동정통총회에서는 신종플루 위험으로 교내 대형집회를 열지 말라는 교과부의 통보로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수원명성교회로 총회 장소까지 변경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총회 측은 “교과부 측의 반대로 장소를 옮겼을 뿐이지 입장 시 예방대책은 따로 실시하지는 않는다”며 신종플루에는 아직 염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기도원에서 신종플루 감염자가 발생해, 기도원 등 종교단체의 대형집회 및 모임에서의 신종플루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웠다.

신도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사찰이나 교회, 종교시설 등도 한국에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와 감염자가 속출하자 대형집회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대처방안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각 종단별 대처 방법 및 움직임

▲ 사랑의교회에서는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 손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천지

개신교 일부 교회에서는 예배나 행사를 위한 입장 시 손 소독이나 체온 점검을 실시해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는 지난주부터 예배 입장 시 손 소독을 실시 중에 있다.

해외  여행자를 파악해서 출석 자제를 요구하거나 노약자나 어린이는 특별히 더 개인 체크를 하고 전화심방까지 하고 있다.

교회 측은 “신종플루 때문에 예배당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염려의 편지도 수백 통씩 받고 있지만 생명은 분명 하나님께 달려 있기 때문에 가볍게 예비하는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라 밝혔다.

또한 “일부에서는 지금 이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기도 하지만 우리는 하나의 자연현상으로 여긴다”며 “정부에서 단계가 높아지면 같이 다른 조치를 취할 것”이라 전했다.

또 세계선교총국(장인성 목사)에서 지난달 31일 가진 13차 선교대회에서는 입장 시 체온검사를 실시해 양호한 자는 도장을 받아야지만 입장을 시켜줄 정도로 철저하게 신종플루에 대비했다.

명동성당(박신언 주임신부) 측에서는 현재 이론 교육만 시키고 소독은 개인에게 맡기고 있지만 예방 대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입장할 때 손을 소독하기 위해 씻고 들어가는 것은 성수행위로 종교적 행위와 연관돼 있는 문제라 실시여부를 놓고 논의 중에 있다.

반면 선불교에서는 평상시 단전을 강화해주는 ‘불광활법’의 수행으로 바이러스도 대처 할 수 있는 자연 치유능력을 마련했기 때문에 신종플루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마음을 수행해 병을 치유한다는 모 종교에서는 “이전부터 이런 일들이 있을 것을 알고 정심정도 수행을 통해 대비해왔다. 현대의학으로 안 되는 병을 우리는 수행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신종플루는 아직 고쳐보지 못했기에 시험해보고 싶다”며 오히려 신종플루 환자를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각 종교가 주는 영적 평안함 통해 평정심 잃지 말아야

예전 쓰나미가 왔을 때 어느 한 교회의 목사가 설교 시간에 ‘예수 믿지 않아 그랬다’고 말해 큰 논란이 됐었다. 이렇듯 지나친 영적 접근은 세간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지금 재앙에 가까운 신종플루에 대해 각 경서에 나온 예언이나 교리로 해석이 나올 법한데 다들 말을 아끼고 있다.

또한 각 종단마다 예배나 예불 시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는 관계로 참석을 꺼려하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신종플루가 걱정돼 예방책을 통해 대비하는 모습은 좋다. 하지만 예배나 예불에 참석하지 않는 모습이라면 그동안 자신이 믿어온 종교에 대한 신임은 어디로 갔는지 의문을 달지 않을 수 없다.

육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각 종교인은 이럴 때일수록 영적으로도 강건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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