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글날인 9일 ‘스크린도어’ 지하철 안내 방송이 “안전문이 열립니다”로 바뀌는 것을 축하하는 행사에서 우리말 가꿈이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안전문이 열립니다. 우리말 서울이 열립니다.”

9일 오후 1시 1호선 시청역. 10여 명의 대학생은 노란색 단체복을 입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들은 한글문화연대와 우리말 가꿈이(우리말글 사랑 대학생 동아리) 회원들이다.

대학생들은 ‘스크린도어 그만 안녕’ ‘이제부터 안전문입니다’ 등의 푯말과 플래카드를 들고 시민에게 홍보했고, 지하철 내의 시민은 관심있게 이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한 시민은 “한글인 ‘안전문’이 굉장히 듣기 편하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한글날을 맞아 열린 이 행사는 ‘스크린도어’ 지하철 안내방송이 “안전문이 열립니다”로 바뀌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동아리 회원인 권현민(23, 남,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씨는 “지하철을 탔는데 ‘안전문’이라는 방송이 나와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한글’의 소중함을 시민에게 알려주는 기회가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승은정(23, 여) 씨도 “‘스크린도어’를 한글인 ‘안전문’으로 바꾸게 돼 기쁘다”면서 “외국어로 된 상점 간판 등 아직 바꿔야 할 게 많으므로 우리말 순화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우리말 가꿈이 5기 대표인 박민규 씨는 “‘우리말 가꿈이’는 공공언어 개선에 목적을 둔 대학생동아리이다. 공공언어 중 스크린도어를 우리말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서울시에 지속해서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말 가꿈이가 서울시민을 대표해서 이번 일을 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앞으로도 공공언어 개선, 청소년 언어문화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10월부터 지하철 승강장 안내방송을 기존의 ‘스크린도어가 열립니다(닫힙니다)’에서 ‘안전문이 열립니다(닫힙니다)’로 변경했다. 1단계로 1·2호선 시청역, 5호선 강동역과 7호선 내방역의 안내방송을 변경 완료하고, 이후 단계별로 전 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10월 중 국토교통부에 ‘철도시설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된 ‘스크린도어’를 ‘승강장 안전문’으로 개정해 줄 것을 건의해, 부산·대전 등 타 지역의 도시철도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또 외래어를 자제하고,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이 확대되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낸 박원순 서울시장은 “말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시민의 삶이 바뀐다”며 “서울시는 행정용어를 시민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바르고 쉽고 품위 있는 우리말을 사용해 시민의 정서와 눈높이에 맞게 소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어렵고 권위적인 용어 등을 알기 쉽게 우리말로 순화, 시민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국어·한글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서울시 행정용어 순화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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