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희 씨와 어머니 김순기 씨. (사진제공: 최성희 씨)

최성희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36세에 홀로 남겨져 살아온 어머니
두부장사·농사일하며 육남매 길러

어릴 때 나는 엄마를 보면서 ‘엄마니까 괜찮아’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 나이 마흔을 넘겨서야 ‘엄마도 이 시대를 살아온 한 여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못난 딸 때문에 유독 맘고생을 많이 하신 어머니다.

천지일보에서 효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것을 우연히 검색하다가 알게 돼 이번 기회에 어머니께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어 용기를 냈다.

손은 어쩌면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의 손을 보면 그렇다. 칠순을 훌쩍 넘긴 어머니는 어느새 많이 늙으셨다. 주름진 얼굴과 거칠고 마디가 틀어진 손을 보면 어머니의 고단하게 살아온 삶이 그려진다. 어머니의 손을 맞잡고 어머니가 걸어오신 지난날들을 회상해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아버지와 동갑인 어머니는 조금 늦은 나이에 가난하지만 양반집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는 상태로 시집을 왔다고 한다. 옛날에는 다들 그렇게 결혼했다고 하는데 요즘 세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아버지는 자상하지만 조금은 급한 성격으로 어머니와 다투기도 했다고…. 그러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일찍 가족의 곁을 떠났다. 그때 어머니 나이 36세. 한창 젊을 때 어머니는 혼자 자녀 육 남매를 키워야 했다. 맏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으니 모든 집안일은 어머니 몫이었다. 없는 집안 삼림에 얼마나 막막하고 힘드셨을까.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두부를 만들기 위해 콩물을 붓고 끓이느라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큰 무쇠 가마솥이다. 어머니는 매일 새벽마다 두부를 만들어 머리 위에 한 짐 가득 이고 집집이 팔러 다녔다. 그리고 돌아오면 배불리 먹을 수도 없었다. 허기진 배를 대충 채우고 다시 논과 밭으로 나가 일해야만 했다. 농사일은 여자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벅찼다. 남의 농사일을 대신해 주고 도움을 받는 일종의 품앗이도 해야만 했다.

▲ 최성희 씨와 어머니가 함께 손을 잡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어느 한 겨울날이었다. 그날따라 왜 그렇게 바람이 매섭게 불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 날 장에 내다 팔기 위해서 꽁꽁 언 땅을 곡괭이로 파서 묻어둔 양배추를 꺼내야 했다. 그땐 왜 그리도 하기 싫던지. 엄마는 우리가 고생하는 게 안타까워 말없이 앉아서 양배추를 다듬었다. 어느덧 손수레에 가득 싣게 됐다. 그 손수레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다. 다음 날 어머니와 함께 손수레를 끌고 시내를 가는데 지나가는 버스에서 친구들이 나를 볼까봐 창피해 나 혼자 멀리 떨어져 가기도 했다. 그런 나를 어머니는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시곤 혼자 끌고 가셨다. 지금 그날의 잘못이 아직도 마음속에 죄송함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못난 자식이건만, 온종일 농사일로 지치고 피곤하셨을 어머니는 시골에서 첫차를 타고 등교해야 하는 우리 남매들에게 매일 6~7개의 도시락을 꼭 챙겨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감사가 절로 나온다.

세월이 흘러 나도 직장을 다니게 됐고 첫 월급을 타서 어머님께 드렸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우시면서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이 돈을 어떻게 쓸 수 있겠어. 어릴 때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못 먹이고, 입히고 싶은 것도 제대로 입히지 못해서 미안하다 미안해” 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우리 남매에게 그렇게 사랑을 쏟으셨으면서도 더 많은 걸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어머니의 그 말씀에 외야 내 마음이 더욱 아려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도 제대로 하질 못했다. 내가 전화를 드려도 잘 듣지도 못하시고 큰 목소리로 해야 겨우 알아들으시는 우리 어머니. 모든 어려운 여건과 환경을 이기고 이렇게 우리 육 남매를 길러주신 어머니께 감사를 드린다.

효 캠페인의 타이틀이 ‘당신이 있어 든든해요’다. 정말 그렇다. 어머니가 살아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예전과 같지 않은 어머니의 야윈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내가 다하지 못한 효도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게 오래오래 사시길 기도드린다.

“당신이 걸어오신 인생이 당신의 손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그 거친 손을 오래오래 잡고 싶습니다. 하나님! 어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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