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는 9월을 ‘순교자 성월(聖月)’로 정하고 선조들의 신앙과 정신을 기리는 데 힘쓴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이 땅에 세우기 위해 목숨 바쳐 지켜온 선각자들의 신앙이 천주교인들에게는 각별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선교사가 아닌 진리를 추구하던 선각자들에 의해 천주교회가 세워졌다. 천주교 측은 “선교사의 도움 없이 평신도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창설된 한국 천주교회는 여러 차례 모진 박해를 딛고 일어난, 순교자들의 피로 이루어진 교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밝혔다.

천주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천주교의 가르침은 당시 유교사상의 계급 사회에서 박해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에는 새남터, 절두산 등 처형장에서 1만여 명이 천주교 신앙과 목숨을 맞바꿨다.

이후 천주교는 1976년 김대건 신부 ‘순교 130주년’을 맞아 대규모 ‘순교자 현양(顯揚) 대회’를 개최, 순교자 시성(諡聖)에 관한 열망을 키웠다.

▲ 25년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한 가운데 여의도 광장에 천주교 신자 100만여 명이 모여 20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가졌다. ⓒ뉴스천지

이 같은 열망은 1984년 5월 6일 서울 여의도 광장에 전국에서 모인 천주교 신자들 100만 인파가 몰리는 저력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을 첫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여의도 광장에서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 신앙대회 및 103위 시성식’을 주례했으며, 한국 천주교회는 “한 번의 시성식에 100명이 넘는 성인을 시성한 것이 기록에 남을 일”이라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오는 19일 오전 11시 여의도공원에서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25주년 기념-화해·나눔·증거의 축제’를 개최, 감동의 순간을 재현한다. 이날 여의도공원 내 잔디마당에 세워진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표석’에 대한 축복식도 거행된다.

한국 천주교회는 현재 한국의 두 번째 사제로 사목 도중 선종한 최양업(1821-1861) 신부와 순교자 124명 등 125위의 시복시성(諡福諡聖)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복시성이란 성덕이 높은 사람이 선종했을 때나 순교자에게, 탁월한 신앙의 모범을 본받고 공적인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복자(福者)나 성인(聖人)의 품위에 올리는 예식을 말한다.

‘순교자 성월 9월’ 천주교는 지금, 신앙을 증거하기 위해 죽음을 당한 이들의 행적을 기리고 ‘뜨거운 신앙을 되찾자’는 열기로 분주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